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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아니 벌써

요술공주 셀리 2024. 8. 30. 15:02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양말부터 꺼내 신었다. 여름 내 열어두었던 베란다 창문을 닫으면 가을이라던데, 창문을 닫고 잠든 지 며칠째다. 낮의 햇볕은 여전히 따갑고 절절하지만 하늘은 높고, 파래졌다.

 

 
 
분명 단호박이라고 생각하고 심었는데, 맷돌호박이 달렸다. 따는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주황색 호박 늙은 호박이 되었다.

 

선녀벌레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저녁마다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나뭇잎은 여전히 짙은 녹색이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햇살도 녹색 이파리도 뭔가 빠져버린 듯, 뭔가 더해진 듯, 설명하기 어려운 기운이 맴돈다. 나뭇잎에도 햇살의 속살에도 가을이 스며들었나 보다. 자연의 신비는 한 줌의 햇볕으로도 가능하다더니 며칠 사이에 수세미가 청년만큼 자랐다.



'꽃범의 꼬리' 옆에 '꽈리'가 열렸다. 여름 내 풀 숲 가득했던 곳인데, 무시무시한 잡초더미 속에서도 빠알간 열매를 맺었다.



8월 중순에 김장배추 모종을 심었다. 햇볕에 타 녹아 없어진 배추 자리에 새 모종을 보충했는데, 그 어린 배추에 구멍이 숭숭. 모래알갱이만 한 까만 벌레가 다 뜯어먹어버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뼘은 더 컸다는 사실.



청양고추 세 그루. 오이고추 세그루. 그냥 고추 세 그루를 심었는데, 벌레 없이 잘 자라준 고추 덕에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수확한 양은 두 식구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다. 고춧가루 만들기는 부족하고, 김치 담을 양으로는 넘쳐나고. 작년에 담은 홍고추청은 여전히 냉장고에 보관 중이니, 넘쳐나는 고추를 또 어찌하면 좋을고?



뙤약볕에 통통통 살이 오르는 가을.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 했는데, 창문 밖에 가을이 송알송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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