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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을러 터졌지만 나도 맘 먹고 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추석 3일 전이지만 조카네는 내일, 아들네는 모레 여기에 온다. 손님맞이 대청소가 오늘 오전의 미션이다. 좁은 집이 넓어 보이려면 가능하면 밖에 나와 있는 물건을 치워주는 것이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책도 치워주고, 싱크대 위의 쓸데없는 물건도 죄 정리해 줬다. 냉장고 안 팍도 행주로 닦아주고 싱크대 문짝과 타일도 박박 닦아주었더니 오랜만에 부엌이 반짝반짝 윤이 난다. 평소에도 이러면 참 좋으련만, 그게 잘......
오늘도 바보들의 행진은 계속된다. 자연 그대로 바라봐도 되련만 도시에서의 습관처럼 깎고, 다듬고, 가지런하게 정리를 한다. 남편은 톱질 삼매경이다. 여름이 되면 도로를 까맣게 물들이는 뽕나무를 베느라 야단이고, 난 손주가 와서 혹여 다칠세라, 가시 범벅인 웨딩찔레를 전지 해줬다. 잔디 쪽으로 넘어온 가지 하나를 자르면 다른 가지가 눈에 거슬리고, 또 하나 자르면 또 다른 가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웨딩찔레는 어느새 반토막이 되었다. 아무리 꽃이 좋아도 손주만 할까? 생각하니 그만 싹둑싹둑 잘라버린 것이다.

"도와줘." 베어낸 뽕나무 가지를 뒤꼍으로 옮기는 걸 함께하자고 남편이 부른다. 제법 굵고 큰 나무였나보다. 오늘도 작업 양이 많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더니 한결 수월하네." 남편이 좋아라 한다. 그래서 혼자 보단 둘이라지 않는가. 손수레 작업 세 번만에 뽕나무 정리를 마무리했다. 휴~ 쉬어가자 했지만 "아니야. 비 오기 전에 잔디 마무리해야 해." 하는 남편. 아니, 저 사람이 누가 시키길 했나,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나 왜 저렇게 직진만 고집할까 생각할 틈도 없이 콰르르~ 저만치 잔디기계를 끌고 가고 있다. 그래, 비 오기 전에 마무리하자. 할 수 없이 남편을 따라 조수로 나섰다. 긴 전선줄을 붙잡아 주고, 조절해 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무리할 때쯤 정말로 소나기가 내렸다. "그만 하자, 내일 하자" 해도 남편은 "30초만 더 할게." 비를 맞으며 목표량을 채우고서야 작업을 멈췄다.
남편은 참, 이해 안 되는 사람이다. 누굴 탓하랴 나도 그런 걸. 시골살이 느리적 느리적, 유유자적하자 해놓고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가 실천이 안 되는 부부다. 그래서 우린 도시에서처럼 여전히 쓸데없이 바쁜 바보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게 뭐 좋다고 그대로 따라 하는 부부가 어제 도착했다. 동생 부부다. 어제저녁에 도착한 동생부부 역시 하루 종일 저러고 있다. 전지 하랴, 능소화 뽑아내랴, 정원 정리하랴, 동생네 역시 365일 직진만 할 줄 안다. 집에 쉬러 온 게 아니고, 일하러 온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