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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다시 또 주문진(2)

요술공주 셀리 2024. 12. 4. 11:51

집에서 1시간 거리에 바다가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도 동해안. 게다가 싱싱하고 풍성한 해산물을 살 수도 있다니 이건 서울에선 꿈도 못 꿀 일, 대단한 혜택인 것이다. 그래서 주문진은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배고프면 충동구매를 많이 해요. 시장은 식사 후에 갑시다." 오, 언니의 지혜로운 생각. 우린 식사를 하고 전망대에 들렀다가 바다 바로 옆에 있는 시장에 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쇼핑 타임이다.
언니는 지극히 계획적인 스타일, 메모해 온 것만 사는 알뜰형이다. 옥이는 젊은 사람답게 쇼핑도 아주 야무지게 한다. 두 사람의 방법을 배움 직도 하련만 난 충동구매의 여왕이다. 살 것 없다고 말하고, 제일 많이 사는 사람이다.
주말에 가족모임이 있다고 꼼꼼히 메모해 온 언니를 따라 본격적으로 시장 구경에 나섰다. 언니는 고등어와 양미리, 장치를 사고 평창 한우와 횟감용 생선을 구매했다. 얼마나 자주 왔으면 단골 가게만도 여럿이다. 옥이는 여기 기웃 저기 기웃했지만 결국 자연산 멍게만 구매했다. 옥이가 흥정하는 사이에 난 단감을 사고, 언니 따라 고등어를 샀다. 건어물 가게를 지나다 남편이 좋아한다고 노가리와 건새우를 샀다. 제대로 된 반찬거리는 고등어 하나, 없어도 그만인 안주 거리를 사 왔다.

산골에서 자란 내게 바다는 설렘이다. 게다가 해산물이 진열된 시장은 호기심 천국. 삼숙이 망치, 길이가 길어서 붙여진 이름 장치, 이름도 모양도 낯선 생선이 수두룩이요, 곰처럼 뭉툭한 곰치와 20만 원이 넘는 자연산 광어와 무늬 오징어, 커다란 문어와 내 눈으론 구별이 불가능한 홍게와 대게, 털게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린, 양손 가득 주문진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5시 반까지 우리 집으로 와요." 점심에 이어 저녁도 외식? 언니의 초대로 장치 조림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도 과식을 해서, 저녁을 먹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자연산 멍게와 장치조림으로 밥 한 그릇을 다 먹었으니 오늘 하루가 두둑하고 든든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오밀조밀 보낸 시간들. 맛있고, 멋있고, 신났으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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