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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어떻게 또 눈이 오는 거니

요술공주 셀리 2024. 12. 21. 13:41

자고 일어 나니 눈이 쌓여있다. 어떻해, 또 눈이 왔대? 반갑지 않은 눈이다. 남편이 써레를 들고나갔다. 덜거덕 덜거덕 눈 치우는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떡 찾으러 오라는 10시. 하필 그 시간에 또 우박이 쏟아진다. 아니, 쏟아져 내린다. 써레질한 길 위로 다시 또 눈이 쌓인다.
그런데 큰 일이다. 쌓인 눈을 헤치고 방앗간에 가야하는데, 겁이 난다. 걱정이 태산이다. 습설이라서 눈이 잘 뭉쳐 길이 미끄럽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래떡은 다음 주에 할 걸 그랬나 보다. "이런 날은 가급적 집에 있으라고 안전 문자 왔는데" 하면서 우린 11시에 차를 가지고 나갔다.




마을길은 이미 빙판이다. 아주 천천히 서행했지만 내리막길에선 발끝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다. 나온 김에 축협까지 다녀왔다. 한우를 sale 한다기에 국거리와 떡국 국물에 쓸 사골을 사 왔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방앗간에서 어제 주문한 떡을 찾아왔다.

도로는 제설작업을 한 터라 안전을 보장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길. 그제야 새하얀 눈꽃과 설경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건 마음에서 비롯됨을 새삼 깨닫는다. 차 안 가득 먹거리로 채웠으니 한 달이나 남은 명절이 생각난다. 시어머님은 늘 한 달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하셨었다. 일에 파묻혀 지내는 명절이 그땐 정말로 싫었었는데..... 시어미가 된 내가 그러고 있으니......





"안돼. 안돼. 왜 이러는 거야!"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남편 앞에 한 대의 자동차가 달려오고 있다. 집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차선 도로에서 두대의 차량이 마주쳤는데, 우리 차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그냥 미끄러지고, 상대방 차는 비켜줄 공간을 찾느라 방황을 하는 상황. 이대로가다가는 두 자동차가 충돌 할 위기의 상황이다.
휴, 순식간에 우리 차는 왼쪽 길가로 멈춰 섰고, 맞은편 차는 오른쪽 길가로 피신을 했다. 하늘이 도왔다. 서로 창문을 열고 "괜찮아요?"를 하고서야 차를 움직였다. 집에서 1분 거리에서 일어난 일. 상대방 차는 많이 놀랐는지, 한참을 정지한 채 있다가 한참만에 움직였다.

"큰 일 날 뻔했어. 내리막 길에서 하필 차를 만나다니,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그냥 미끄러지는 거야......"
노치원에 가셨던 부모님도 일찍 귀가를 하셨다. 온도가 내려가는 저녁엔 센터의 '스타렉스'가 도저히 운전이 불가라더니, 당연한 일이다. 무사한 날이 감사한 날. 별일 없는 날이 행운을 잡은 날이다. 눈 오는 날은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
아름다운 설경도 오늘은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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