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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10분. 부모님이 귀가하실 시간이다. 걸어서 1분 거리지만 요즘 감기는 예방이 최고! 모자와 마스크, 목도리까지 두르고 엄마 집엘 갔다. 불이 켜진 집. 제발 엄마가 무사하셔야 할 텐데 하고 안방문을 젖히니, 엄마는 조신하게 앉아 뜨개를 하고 계셨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깊게 들이켰다. 어제만 해도 그냥 눈 감고 누워계셨었는데, 영양제 탓일까? 안색도 목소리도 한결 좋아지셨다.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그런데, 큰 딸아. 지금 입은 거, 네 작품이니? 잘 떴네." 하신다. "예. 엄마 오늘 완성했어요. 괜찮아?" 물으니 "예뻐" 하신다. 우와, 뜨개 전문가가 잘 떴다 하니, 고슴도치 엄마의 빈 말이라도 기분 최고다.
모전여전. 나 또한 하루종일 바늘을 잡고 있었다. 스웨터를 쉽게 짜보겠다고 통째로 뜨다가 팔뚝이 없어 죄 풀은 스웨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자투리실이니 외출복으로는 부족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겅중겅중, 대충대충 짜다가 두 배의 시간이 걸려 완성한 스웨터. 자투리실이지만 실 두께와 색상을 잘 배합하고 목선에 맞춰 칼라를 새로 떠서 붙였더니 그런대로 여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내게 잘 맞고, 그 어떤 스웨터보다 따뜻하다. 거울 앞에 서서 요리 보고 조리 보니, 볼수록 다정하다. ㅎㅎㅎ 다정한 스웨터라니, 아마도 붉은색 계열의 색상 탓일 게다. 자투리실이라고 얕보다, 마음을 바꿔 공을 들인 탓일 게다.

설날에 물김치를 담으라며 헤레나 언니가 배추와 무를 주셨다. "어머나, 예뻐요. 뜬 거죠?"
헤레나 언니는 핸드 메이드 스웨터를 금세 알아봐 주었다. 오, 이 작품이 정말로 괜찮은가 보다. 엄마도 헤레나 언니도 괜찮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이 스웨터야말로 안나에게 선물을 하기로 하자. 사도회의 때마다 자동차로 태워다 주고 데려다주는 안나가 늘 고마웠었다.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걸 선물하면 좋겠다 싶다. 자투리실이지만 모두 다 새실이니, 걱정이 없다. 안나는 나보다 왜소하니, 잘 어울리리라. 검정 단추를 찾아 달았더니 완성도가 높아졌다.
오늘은 화요일,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주일에 성당에서 안나를 만나 이 스웨터를 전해줘야지. 내 마음처럼 안나도 기뻐하길 바라본다. 잘 맞고, 잘 어울리고, 잘 입어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