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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다행이다. 12월에 뜨기 시작했는데, 연말을 넘기지 않아서 다행이다. 2024년까지 넘어가면 어쩌나 열심히 작업했다. 3주가 넘는 긴 시간이었다. 한 올 한 올, 한 땀 한 땀이란 표현이 옳을 것이다. 손뜨개는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해야 완성할 수 있다. 열정과 필요가 만나면 더 빨리 완성할 수 있는데,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열정이 앞서, 눈도 아프고 특히 어깨가 결려서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식사 직후에 바늘을 잡았다가 소화불량으로 고생한 적도 부지기수. 재미로, 취미로 즐겨야 하는데 이게, 마무리 단계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손보다 마음이 바빠져서 여전히 무리 아닌 무리를 하고 있다.
앞 뒤 몸판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스웨터는, 실이 모자라서 잠시 멈췄었다. 잘 가다가 뚝 끊어진 길 같아 안타까웠다. 고민고민을 하다가 중국의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실이 딱 한 개가 모자라는데 5 롤만 더 사다 달랬더니 최소 주문량이 10 롤이상이라야 살 수 있다는 답변이 왔다.

마무리했지만 2% 부족한 스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를 어쩌나 하다가, 할 수 없다 완성한 팔뚝을 다시 뜨기로 했다. 어깨와 연결한 곳부터 해체하고, 2단으로 이어서 붙여서 짠 소매를 해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헌 집을 고치는 것보다 새로 짓는 게 더 빠른 것처럼, 고치는 작업이 새로 뜨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더 힘들었다.

철저히 계산해서 코를 잡고 칫수를 재어 뜨는데도,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수정하는 일이 많은데, 어깨는 기가 막히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다.
줄임 없이 일자로 한 판을 떠서 붙였던 팔뚝을 줄여가면서 짰더니, 모양도 예쁘고 실도 여유가 생겨 깡뚱하던 팔 길이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아 참 다행이다. 어깨선도, 팔의 선도, 전보다 훨씬 보기가 좋다. 가터 뜨기를 했으니 가로줄무늬가 당연하겠으나, 앞 뒤판을 세로무늬로 붙인 아이디어가 이 스웨터의 포인트가 되었다. 짧은 소매는 벌룬 스타일로 마무리해서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었더니, 젊은 스타일이 되어 기분이 좋다. 오랜만의 쾌거다. 이럴 때 야호! 울랄라 한다. 힘든 과정이 끝났으니 좀 쉬어야지 하다가도, 이 재미로 또 바늘을 잡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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