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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보석, 옥이가 내려왔다. 윗집에 불이 켜지면 왜 우리가 좋은지 헤레나 언니도, 나도 덩달아 신이 나는 것이다. 옥이가 내려왔으니 삼총사가 또 뭉쳐야겠지. "점심에 김치전 해 먹자."라고 이 번에도 언니가 먼저 나섰다. 김치전이라, 냉장고를 뒤져 꼬막을 삶아 가져갔는데, 텔레파시가 통한 건가? 옥이는 고구마 맛탕을 해왔다.
김치전 만들기 시작! 언니는 고급진 배추김치를 송송 썰었다. 옥이는 다진 돼지고기와 밀가루, 계란을 섞어 반죽을 하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바삭하게 굽는 붙임이 담당은 오늘은 나다. 언니와 옥이처럼 요리 고수는 아니지만, 붙임개는 나도 나름 전력이 있다. 종가 맏며느리로 수년간 전을 부쳤으니, 반죽을 얇게 펴서 노릇노릇, 바삭하게 굽는 것은 할 줄 아니 "오늘은 내게 맡겨주십시오." 하고 붙임이 뒤집개를 잡았다.

"맛있다." 김치전도 맛있고, 꼬막도 금상첨화다. 김치전이 느끼하다 싶을 때, 고구마 맛탕이 또 입맛을 잡아주니 요리도, 사람도 찰떡궁합이다. 게다가 오늘은 수산나 부부까지 합세를 했으니 낮이면 어떠리, 막걸리가 술술 넘어간다. 호호하하 웃음판이 벌어졌다. "글쎄요. 저는 노는 게 너무 좋아요. 나이트클럽만 가면 물 만난 제비 같다니까요?" 평소 말 수 적은 분도의 호탕한 웃음이 믿기지 않아 우린 배꼽을 잡고, "그니까요, 나도 거나해지면 클럽에서 노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니까요." 헤레나 언니가 말을 받는데, 이 역시 믿기지 않으니 우린 또 웃음이다. 믿거나 말거나...... 잘 놀고, 잘 먹고, 잘 웃으면 된 거지 또 뭘 더 바라야겠는가?

기분 좋게 배가 부를 때쯤 언니가 내온 '맑은 장치탕'은 마치 해장국처럼 개운하다. 여긴, 물 흐르듯 식탁을 감도는 따뜻한 정이 넘실댄다. 여긴, 오순도순 상큼한 바람 휘감는 곳 강원도 산골짝. 난 이 사람들과 이웃. 참 좋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언니는 또 이웃에게 얻은 칡에 생강과 대추를 넣고 끓인 구수한 칡차를 내왔다.

"이제 강가로 산책 갑시다."
깔깔깔, 껄껄껄, 도란도란, 두런두런 차가운 꽃샘바람에도 우린 그저 즐겁다. 녹지 않은 눈에 푹푹 빠지면 후후후, 번뜩이는 빙판에 쭐떡 미끄러지면 아하하, 6학년 졸업생들이 펼치는 소풍 나들이다. 하늘은 파랗고, 따사론 햇살에 매서운 바람이지만, 6학년 어른이들이 아이들이 된 날, 그날이 바로 오늘이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