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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인가? 약비인가? 아니면 반갑지 않은 봄비인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꽃과 나무, 농작물에게 충분히 영양분을 내려준 비. 세상은 온통 연둣빛이다.

연일 택배다.
'쿵' 소리 나서 나가보면 고구마요, '턱' 소리에 나가보면 꽃나무다. 식빵과 사과, 쌀과 팬지, 설구화를 모두 택배로 배달시켰다.
분홍 설구화는 벌써 세 번째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나름 저렴하게 샀다고 좋아라 하고 심었는데 모두 얼어 죽었다. 10cm 정도 되는 애기를 24,000원이나 주고 산 녀석이었다.

4월 하고도 중순이 넘었는데도 얼어 죽은 설구화. 두 번째는 15,000원을 주고 배달시켜 심었으나 이도 살지 못했다. 일교차 컸던 날씨 탓이었다. "잘 살아달라" 토닥여 줬으나, 두 개를 그만 모두 보내버렸다. 그래서 "에라, 설구화는 나랑 맞지 않는 궁합이로다." 하고 포기를 했었다.

그러다, 재고를 8,000원에 판다기에 덥석 물어온 세 번째 설구화. 이파리가 있고 키도 두 배나 더 큰, 무엇보다 제일 가성비 있는 설구화를 다시 심었다.

'싼 게 비지떡' 그걸 알면서 또 싼 걸 찾았으니, 후회막심이다. 애초에 1m짜리 설구화를 7만 원 주고 사다 심었다면 지금쯤 꽃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아니, 꽃은 피우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살아 뿌리를 내렸을 일이다.
왜 그랬을까? 엊그젠 공들여 담은 꽃게장을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귀한 꽃게장은 '아끼다 똥'을 만들었고, 설구화는 절약하려다 배보다 배꼽을 키운 격이 되었다. 60년 넘게 살았으면 수많은 경험치도 있을 테고 지혜도 있으련만. 참으로 속상할 일이다. 자칭 '충동구매의 여왕' 타이틀도 소장하고 있으니 난 어떡해야, 언제나 '살림의 여왕'이 될 수 있으려나......
적당한 때, 포기를 할 줄 알고 정작 필요한 건 열정을 다해 지켜야 하건만,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늘 방황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