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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입니다." 반모임 단톡방에 공지된 성당 제초 작업 시간이다. 성당에 8시까지 가려면 적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남편에게 깨워달라 부탁할까 하다가 핸드폰 알람을 예약했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잔 때문일까?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일어날까 하다가 한 시간 더 누워있었다. 남편의 아침을 챙겨주고 7시 40분, 헤레나 자매님의 차를 타고 어르신들을 모시러 마을 회관에 갔다. 80대 후반인 두 어르신들을 모시고 성당에 가는데, 루시아 어르신도 "늦을까 봐 새벽 5시에 일어났다"라고 하셨다.
성당에 도착하니 유따 자매님이 법면의 꼭대기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꽤 높은 위치인데도 서걱서걱, 씩씩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화단의 흙은 푸석푸석하고 무성한 잡초는 더러는 말라 있고, 더러는 뽑히지 않을 만큼 뿌리를 내린 것도 있었다. 그러니, 꽃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높은 곳에서 풀을 뽑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우리 반원의 4명은 회의실과 식당을 청소했다. 반장님과 유따, 내가 참여한 제초작업은 30분~40여분 걸려 마무리를 했으나, 전지 작업과 비료와 소독통 등 잡다한 도구 등을 정리하느라 1시간여를 밖에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그새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니, 반장님이 왜 그렇게 이른 시간에 모임을 잡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 풀을 뽑느라 마음을 졸이고 어미 까치의 공격으로 무서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노동의 대가는 역시 보람이 있다. 정성스러운 손이 간 곳이 가지런하게 정돈된 화단으로 변신을 했으니......
노동이 주는 기쁨이다.

청소 팀과 제초작업 팀이 식당에 모였다. 반장님이 준비해 온 참외를 나누며 오고 가는 담소가 유난히 달콤했다.
잠을 설친 어르신, 일찍 일어난 자매님, 아침을 거르고 달려온 자매님의 땀방울 덕분에 깨끗한 성당이 되었다. 미사만 드리러 오던 성당이었는데 내 손길이 닿은 식당의 테이블과 화단에 자꾸만 눈 길이 간다. 길은 창조다. 눈길은 사랑이고. 여러 번 밟은 발자국이 모이면 길이 되는 것이고, 자주 주는 눈길에서 사랑이 싹트는 법. 어떤 길인지 잘 알 수는 없으나 내 마음에도 새 길이 생기고 있음이려니......
이것도 사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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