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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기

요술공주 셀리 2025. 6. 3. 13:20

난 누굴 지지하지? 선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내 의견을 들어주는 사람?
글쎄다, 도통 모르겠다. 이왕이면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 싶다.

"토마토가 쓰러졌어. 지지대를 세워줘야 해." 남편에게 부탁하니, "창고에 철근 잘라다 놓았으니 자기가 하면 되지"한다. "힘쓰는 일인데 자기가 해달라" 부탁해서 남편을 밭으로 오게 했다. 평소 밭에는 도무지 관심 없는 사람이 오랜만에 밭에 내려와서는 망치를 들고 땅땅 지지대를 세워줬다.



토마토에 이어, 어린 고추와 가지까지 지지대를 세워줬으니 바람이 불어도, 장마가 와도 일단 안심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햇볕이 제법 따가워 오래 서 있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억세게 자란 풀을 호미로 캐 주었다. "아후, 힘들어" 계단을 올라오는데, 턱까지 숨이 찼다. 이럴 때, 누군가 내 손을 잡아끌어 주면 좀 더 편하게 올라올 수 있을 텐데......

열심히 비닐하우스를 씌워주고 걷어주고를 반복해서 살린 애플 수박이 제법 자랐다. 어느새 가지를 뻗어 줄기를 올라탔으니, 꽃 피우고 수박을 매달아 줄 것이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지지대는 겨우 플라스틱 외 줄인데도 수세미의 버팀목이 되고, 외줄에 기댄 수박이 쑥쑥 자라니 말이다.



잠깐 시기를 놓쳤더니 그만 토마토가 땅에 쓰러지고, 쓰러진 토마토 줄기가 배배 꼬여 있는 걸 발견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줄기가 다 비틀어졌을까 생각하니, 지지대 외줄의 대단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2층 화장실에 방충망을 새로 달겠다고 남편이 도움을 요청했다. "꼭 잡고 있어야 해" 하고 작업하러 올라갔는데, 사다리가 휘청휘청, 흔들흔들. 사다리를 꽉 잡고 있는데도 왜 내가 더 떨리는 건지......
암튼 잡아준 사람 덕분인지, 남편은 작업을 무사히 끝냈다.

  

"국민 여러분, 저를 지지해 주십시오." 대통령 후보마다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는 말이 귀에 와 박힌다. 아무리 잘 나고 능력 있어도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안 될 일이다. 하찮은 저 식물도 그렇거늘, 하물며 나라님의 일이지 않은가? 오늘은 대통령 선거일. 이 나라가 굳건히 버티고 세계로 뻗어나갈 일을 해낼 사람을 뽑는 중차대한 날이다. 우리 대통령이 곁에 서 있기만 해도 든든한 저 지지대 같은 사람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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