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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 년에 10번의 제사와 설과 추석 두 번의 명절.
부모님 생신을 챙기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던 때가 있었다.
명절이면 20~30명이 넘는 친척들이 오는데 차례음식과 식사 준비, 대청소와 뒷마무리로 녹초가 되곤 했는데,
인상이 좋다고 소문난 남편은 무조건 어머님 편이었다.
"힘들다" 표현해도 이해 못하는 남편이 야속해 부글부글, ‘이혼’도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루라도 좋으니 강원도 신골 짝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땐 그랬다.
2
날마다 공사를 하는 앞집이 신경 쓰인다.
시멘트 부수는 굉음이 제일 시끄럽고, 기계음 소리에 사람 소리는 점점 커지니 싸우는 소리로 소통하는 인부들 소리가 견디기 힘들어 끝집으로 피신했던 일이 있다.
3
일주일에 한 번 오던 강원도.
땅을 사 놓고 퇴임 후에 집 짓자고 했는데, 성격 급하니 대출을 받아 집을 지었다.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거릴 때, 서울로 올라가기 아쉬우니 한 번 더 뒤돌아보고, 빨리 주말이 되기를 기다렸던 때가 있었는데.......
4
교육계 요직에 계시던 선배와 통화하기 어려웠던 때가 있다.
그 선배의 도움이 절실하니 용기 내어 전화하면 ‘통화 중'이어서 참 많이 안타깝게 하던 그 선배가 퇴임을 하시더니, 자주 연락을 하신다. 현직에 계실 땐 하늘 같은 분이었는데, 주신 문자에 답신을 하려 하니 할 말도 없고, 늘 바쁘던 퇴임 전엔 때마다 답장을 드리기 부담이 되었었다.
“퇴임을 하면, 바쁜 후배들에게 그 어떤 연락도 하지 말자”해 놓고
어젠 밤이 늦도록 영전한 후배에게 장문의 경험담을 보냈다.
5
알람 소리에 잠을 깨면, “5분 만 더 자고 싶다”, “언제나 마음대로 늦잠을 잘 수 있을까” 바쁜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을 때, 잠이 많이 고팠었다.
지금은,
늦잠을 자도 부담이 없고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잠으로 배부르지 않으니 나는 청개구리인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기는 했었니?
설마, 강원도가 그리워 주말만 기다리던 때를 잊은 건 아니겠지?
싫은 일은 밀어내고, 하고 싶은 일도 한가로이 할 수 있는 유유자적 로망을 이루었는데,
그 로망으로 배 부르지 않으니, 많은 것이 고프던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린 것인가?
"아니야, 그 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아".
고픈 것이 아니라 그건, '아름다운 고통' 그리움이란다.
여름이면 흰눈을 생각하고, 겨울이면 푸른 바다를 생각한다는......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그립다.
강원도를 다녀간 사람들이 여기를 그리워하듯, 나도 그렇다.
다만, 내가 다른 것을 그리워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나와 여기를 그리워하면 좋겠다.
숲과 따뜻함이 있는 여기, 그리고 지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