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1(나태주)

객기 죄다 제하고
고향 등성이에 와
비로소 고른 숨 골라 쉬며
심심하면
초가집 이엉 위에 드러누워 빨가벗은
박덩이의 배꼽이나 들여다보며
웅얼대는 창자 속 핏덩일랑
아예 말간 이슬로 쓸어버리고
그렇지!
시장기 하나로
시장기 하나로
귀 떨어진 물소리나
마음 앓아 들으며
돌아앉아 후미진 산모롱이쯤
내가 우러러도 좋은
이 작은 하늘아, 이 작은 하늘아.
(1970)

(나태주 꽃시집, '별처럼 꽃처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