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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풍경

생각하는 의자

요술공주 셀리 2022. 7. 14. 11:19

알람 소리에 깨는 아침은 늘 부산하고 부담스럽다.
밤 잠을 설친 아침, "오늘은 결근을 할까? " 고민했던 날들도 무수하다.
그렇게 41년을 일했다.

상사와의 갈등으로 힘들어서 허리도 아파보았고
교감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 피해자 학부모 사이에서 조정을 한다고 나섰다가 고혈압도 생겼다.

큰 아이는 시부모가, 작은 아이는 친정부모님이 맡아 키워주셨다.
무엇이 옳은 선택이기에 앞서 사범대학을 졸업했으니 교사가 되었고
선배님들만 하는 줄 알았던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다.

아끼는 제자도 생겼고 은사님이라고 찾아오는 제자도 있으니 부실한 농사는 아닌 것 같다.
아이들도, 남편도 각자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덜 미안하고, 참 감사하다.

어제는 정년퇴임, 오늘은 시골살이.
쉼표 없이 내려온 강원도에서 꽃과 나무를 심으며 텃밭에서 보낸 봄은, 아주 우렁차고 신선했다.
노래에서 듣던 개나리, 아기 진달래가 지천에 피어나고, 조팝이 구름처럼 피었을 때는
"오늘은 어떤 꽃이 새로 피었을까" 잠을 자기도 아까워 새벽에 눈을 뜨곤 했다,
세수하는 시간도 아까워 꽃밭에 나가고 하루를 꽃밭과 햇볕에서 살았다.

그런데,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는 건가?"
풀 뽑는 시간이 줄면서 긴 외로움이 생겨나고, 스멀스멀 사람들이 그리워
"아들아, 내려오렴", "조카야, 놀러올래?" 하루의 일상이 되어버린 전화 통화.....

그러던 어느날, 주소록에서 찾은 박 교장님. 6개월 먼저 퇴직한 박 교장님은 역시 달랐다.
"서울과 양평을 오가며 농사도 짓고, 꽃도 가꾸고, 수확한 작물로 효소도 담그며 살아요"
활기찬 그녀의 목소리가 축 쳐진 내 어깨를 내려친다.

 

띵------,

순간 외로움의 언저리가 깨진다. 진작 전화할 것을......
박 교장님에게 카톡이 왔다. "나, 블로그 운영해요"

그렇게 해서 시작한 '티스토리'
막냇동생에게  '글 올리기', '사진 편집하기', ' 사진 올리기' 등 쉬운 것부터 배워가며 하고 있는 '티스토리'가
이렇게 재미날 줄이야......

퇴직한 할머니의 왕초보 시골살이는 의자에 앉아서 시작된다.
'생각하는 의자'
'생각이, 이야기가 되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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