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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에서 점심 초대를 한다.
오늘 메뉴는 '묵밥'이란다.
어제저녁엔 동지 팥죽을 쑤어다 주었는데 또 묵밥을 대접한다고 하니, 미안하고 고마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동생 챤스를 쓰자!
동생은 요리를 아주 잘한다.
손님이 와도 뚝딱 한상을 차려 놓는 능력자인데, 가끔 묵은지로 '김치말이 덮밥'을 해주면 아주 맛있게 먹곤 했었다. 중국에 전화해서 김치 덮밥 만드는 과정을 안내받고 오늘은 김치말이에 도전한다.
묵은지 대신 잘 익은 김장김치를 물에 씻어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하고 설탕을 살짝 뿌려준다. 밥은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잘 버무리고, 초밥 한 덩이만큼 주먹으로 빚어 적당한 크기로 찢은(자른) 김치를 밥 위에 말아주면 끄~읕.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맛은?
당연히 맛있겠지 했는데 뭔가 1% 부족하다.
처음 도전한 것치고는 그럭저럭 먹을 만은 하다. 70점 정도?
참기름을 조금 더 넣었어야 했지만, 김치 특유의 새곰하고 칼칼한 맛이 있어 특식으론 제격이다.
푹 푹 빠지는 험한 눈길을 걸어 윗집에 도착하니, 바다 게와 표고버섯을 넣은 육수가 팔팔 끓고 있다.
예쁜 그릇에 옥이네가 직접 쑤었다는 묵과 색 고운 고명이 담겨 있는데, 우왕 맛있겠다!
정말, 맛있다!
음식 솜씨 좋은 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왠만한 묵밥집 것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한 덩이 밥을 넣어 말아먹는데, 잘 익은 김치와 구수한 육수, 탱글탱글한 묵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따봉!
게 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우린 식탁에 앉아 사락 눈을 바라본다.
"눈은 이제 그만 와야할텐데......" 모두 한마음, 빙판이 걱정이다.
엊그제 쌓인 눈 위에 또 쌓이는 눈으로, 이면 도로는 이미 30cm 이상 눈이 쌓여, 부모님 데이케어센터도 오늘은 휴원. 돌아다니는 차량도 뜸하고, 하얀 세상은 숨죽인 듯 고요하다.
걱정으로 타들어 가는 우리 속을 아는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사라락 샤라락 눈이 쌓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