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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제 김사장님이 오셨나?
난로를 때는지 옆집 지붕 위에서 연기가 난다. 아닌데? 옆집엔 난로가 없는데?
그럼 불?
아지랑이다!
아지랑이가 피어나면 매 번 불이 난 줄, 똑같이 놀라고 속아 넘어가곤 한다.

오랜만에 꿀잠을 잤다.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어젠 춥지 않아서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해님도 오늘따라 나처럼 일찍 일어나고...... 난로를 피우고, 햇볕을 쪼이며 커피를 마시는 루틴 한 오전을 보내고 있는데 아지랑이를 발견한 것이다. '한겨울의 아지랑이' 그것도 눈 쌓인 새하얀 지붕에서 피어난 하얀 아지랑이다. 사라지기 전에 잡아두어야 한다. 버선발로 뛰어나가 셧터를 누르는데 오늘은 아지랑이도 느긋하다.
1시간여 머물다 간 아지랑이 때문에 '그러지 마'하면서도 쓸데없이 설렌다. 그렇지 않아도 내일모레면 2월이라고 벌써부터 씨앗을 정리하지 않았나? 봄이 뭐라고......

오늘따라 하늘은 또 저리도 파란지, 햇살도 쭉쭉 뻗어 나고, 겨우내 난로 옆에 피어 있는 보라색 꽃도 눈에 띄게 생기가 난다. 그러고 보니 물만 챙겨주던 루엘리아도 잎이 무성해졌네.



뭐야? 잠깐 왔다간 아지랑이로 봄이 왔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여전히 눈이 쌓여있고 고드름이 서슬 퍼렇게 칼을 갈고 있는데, 설마 봄이 오고 있다고 나대지 말거라 심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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