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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자동차 닫는 소리.
옥이네가 왔다.
월요일 4시쯤이니, 보지 않아도 옥이네가 온 걸 안다.
이제 곧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겠지?
그럼 그렇지, 복도에 난 작은 창문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굴뚝의 연기를 바라보며 나는 씩 웃는다.
건네줄 것이 있어 옥이네를 방문했더니 "언니 우리 내일 스키장 같이 가요" 한다. 그러마 했어야 했다.
그런데 함께 온 아들이 어려워할 것 같아 따라가지 않은 후회막심한 어제, 그래서 어젠 우울한 긴 하루를 보냈었다.
"언니, 봄에 입을 스웨터 하나 떠줄래요? " 명절 전에 그렇게 말하던 옥이가 이 번에 내려오면서 실을 사 오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들이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어떤 실을 사 올까 한껏 기대를 했었는데......
오늘은 옥이네와 '두 시의 데이트'를 즐긴다. 산을 넘고 도깨비 도로를 산책하는데 바람이 거세다.
"봄바람은 유난히 춥고 매서워요" 그래서 여긴 4월에도 스웨터가 필요함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봄엔 할 일이 많아서 좋다고 한다. 옥이도 빨리 4월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단다.
Me too!
열심히 짜서 선물한 스웨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며느리는 올 겨울 따뜻하게 지냈다고 한다. 자기만 입고 다니는 것이 미안했는지 남편 조끼를 짜달라고 며느리가 부탁을 했다. 그래서 아들이 좋아하는 회색으로 조끼를 완성했는데, 아들 주려고 마무리 한 조끼를 옥이에게 선물했다.
넉넉한 옷이 좋다는 옥이 말이 생각 나서다. 아들은 체격이 커서 니트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 뻔하기도 했지만, 여기서 일할 때는 스웨터보다 조끼가 따뜻하고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옥이에게 입혀보니 많이 크다.
넉넉해서 마음에 든다고 했지만 내마음에 들어야 하니, 어깨와 품을 바느질로 수정해서 새로 완성했다. 넉넉한 품과 회색이 그런대로 잘 어울린다.
선물은 역시 줄 때 더 기쁘다.
아니, 준비할 때가 더 설레인다. 여행을 가는 것도 좋지만 여행을 준비할 때가 더 좋은 것처럼 선물도 그렇다.
"잘 입을게요"
"조심히 올라가요"
꽃샘바람이 불 때 저걸 입고 일을 하면 분명, 등이 따뜻해서 괜찮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