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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이 깨졌다.
오전엔 그럭저럭 잘 버티었는데 오후가 되니 마음 같지 않다.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자꾸 춥고 목이 컬컬하더니 불청객 감기가 찾아왔다.
겨울 날씨가 당연히 춥지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는데 콧물과 재채기까지 세트로 찾아왔다. 이제라도 보일러를 돌리고 한 낮인데도 난로에 나무를 추가해서 넣는다. 평소 눕는 걸 좋아하지 않으나 종합감기약을 먹고 이불을 덮고 누웠더니 낮잠을 잤나 보다. 평소라면 주로 산책을 하는 시간에 아주 오랜만에 낮잠을 잔 것이다. '말 못 하는 동물도 아프면 무조건 잠을 잔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잠을 잔 탓일까, 좀 가벼워진 것 같다. 거실에 쏟아지는 햇볕을 이불 삼아 내친김에 한참을 누워있다가 4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저녁을 준비하고자 처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쌀쌀하지만 신선한 바람이 분다. 이제야 평소대로 난로의 재를 버리고 잔 가지와 종이 등 불을 지필 준비를 한다. 여기의 저녁 준비는 난로부터다.
오후 5시. 부모님을 모시고 온 센터의 차량이 도착하면 부모님을 맞으러 가는데, 오늘은 엄마의 안색이 좋지 않다. 어제 밤부터 배가 아파 저녁을 걸렀다면서 힘들다고 하신다. 센터의 간호사와 통화를 해서 상태를 확인하고, 내일도 잘 살펴봐 달라 부탁도 했으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동안 식사도 잘하시고 건강하셨는데, 제발 이 번에도 가볍게 잘 넘기시기를 바라며 집으로 돌아온다.
감기 탓에 입맛이 없어 저녁은 '대충 때울까' 하다가 제대로 챙겨먹는다. 에너지를 얻고 감기약을 먹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젊은 내가 아프면 안되겠기에 맛있는 저녁을 먹고 힘을 낸다.
'잠이 보약'이었나 보다. 어쩌면 밥 심인지도 모르겠으나, 저녁이 되니 기분이 나아졌다.
아프면 쉬는 것이 정답이라고, 동생이 이른대로 오늘은 푹 쉬기로 한다.
아프리카의 한 종족이 한참을 걷다가 쉬는 이유를 '몸보다 늦게 오는 영혼을 기다리기 위해서'라고 했다는데 오늘은 분주한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는 몸을 위해 쉬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