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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수고대' 기다리던 동생이 귀국을 했다.
지난 토요일 밤, 동생네 가족이 공항에서 뜨거운 상봉을 했단다. 동생은, 아들네를 만나기 전에 "잘 도착했다"라고 전화를 했는데, 평소 '위쳇'으로 거의 매일 소통을 했기에 시큰둥?, 별 실감이 나지 않았다. 4월 귀국이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귀국이 빨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건 또 웬 시추에이션일까? 시큰둥한 나의 반응.
A형 독감이 유행을 해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어린이가 없다고 한다. 그 어린이가 옮긴 독감으로 어른도 고열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데 동생 손녀가 고열로 응급실에 갔다오고, 조카도 응급실에 다녀왔단다. 동생은 귀국하자마자 손녀들 차지, 일 폭탄을 맞았고 어젠 본인도 목이 칼칼하고 힘이 없다고 한 걱정을 했다.
일이 이쯤되니, '학수고대'가 '시큰둥'으로 바뀌었다. 동생이 주말에 내려오긴 이미 글렀기 때문이다. 내가 '내려오지 말라'했다. 동생이 많이 보고 싶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이 독감에 걸리면 안 된다. 아휴, 큰 일 날 일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손주가 태어났을 때, 어깨엔 날개가 생겼고 허파엔 바람이 들었다. 간덩이가 부어 허허실실,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잠 자는 모습이 대부분인데도 손주 사진만 목 빼고 기다리고 있다. 학처럼 우아하게 앉아 있기 힘들고, 목을 빼기도 전에 마음이 더 앞선다. 겨우내 늦잠을 잤는데 어쩐 일로 오늘은 8시도 안 되어 눈이 떠졌다.
오늘은 강원도에 이사온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서울에서 5일, 강원도에서 2일 '5도 2촌'을 하던 때엔 이삿날을 또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랬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바퀴 돌아보니 이 또한 시큰둥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더라. 1년을 보내 보니 "인생 뭐 있나? 놀자, 쉬자, 즐기자"하는 김선배의 말에 뼈가 있음을 알게 되더라.
학처럼 목 빼고 간절히 기다리던 동생도 오고, 손주도 보고, 봄도 왔다. 한꺼번에 계를 왕창 탔는데도 이놈의 욕심은 끝도 없다. 이 번엔 초록이 또 보고 싶단다. 꽃도 보고 싶고...... 그러지 마라, 셀리야.
스톱! 컴 다운! 슬로우 슬로우! 놀멍, 쉬멍 가자꾸나.
사람 보는 일도 좋지만, 하늘을 자주 보자꾸나! 나무도 숲도 자주 보고......
그러자, 하늘도 보고 숲도 보는데 앗, 어제도 나타났던 아지랑이다! 은ㅇ씨 집 지붕 위에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