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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늦잠을 자던 습관이 없어졌다. 늦게 잔 탓도 있지만, 이불 밖은 냉탕이어서 이불 안에서 꼼지락 거리다 늦게 일어나곤 했었다. 봄이 오면서, 해도 일찍 일어나고, 덩달아 나도 부지런해졌다.
난로를 피우지 않아도 쏟아지는 햇볕으로 추위를 견딜만 하나, 아직은 난로를 때고 있다. '난로 앞에 커피 한 잔'은 하루의 시작이고 행복 한 스푼, 여유의 시간이다. 겨울엔 햇빛을 바라보았다면 이제, 꽃밭을 바라보고 있다. 어제, '삼색제비꽃'이 피었다. 어쩌면 그저께 피었는지도 모른다. 발견한 것이 어제이니 그렇게 알고 있을 뿐.

아침부터 꽃밭에 나와 있다. 야생 찔레가 꽃밭 가운데 턱 버티고 있다. 이를 어쩌나?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파내자고 한다. 줄기와 가시가 너무 강한데다 키가 크면 꽃밭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하니, 그렇게 하기로 한다.
그런데, 땅이 얼었다.
땅 위로 삐져 나온 수선화 알뿌리를 덮어주려고 흙을 파는데, 삽이 들어가지 않는다. "세상에, 언 땅에서 꽃이 피었구나." 나무들은 땅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겉흙이 얼어 있어도 별 문제가 없겠으나 저 가녀린 제비꽃은 뿌리조차 언 땅에 묻혀있을 텐데, "그, 생명력이 대단하구나." 긴 시간, 겨울잠을 자다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일찍 깨어난 것일까? 제비꽃이 아름다운 건, 보랏빛 꽃잎에 숨겨진 강인 함이었구나. 칼바람을 참아낸 인내심과, 꽝꽝 얼어붙은 얼음을 깨고 나온 용기였구나. 흙 속에 묻힌 초록 이파리를 살살 털어내 주고, 흙으로부터 이파리를 꺼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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