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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영산홍, 이사한 날

요술공주 셀리 2023. 3. 8. 12:49

사부작사부작 힘닿는 데까지만 하는 일이어도, 삽질은 내게 여전히 중노동이다. 주말에 남편과 함께 하려던 영산홍 이사를, 아침부터 시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년에 심은 영산홍은 뿌리가 깊지 않아서 삽질 몇 번으로 잘 파낼 수 있었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푸슬푸슬, 힘이 없어서일까? 생각보다 파 내기가 쉬웠다.
 


그런데 복병은 심을 장소.
군식을 선호해서 백철쭉은 백철쭉 존에 심어야 하는데 심을 만한 돌 틈 사이엔 이미 비비추가 심어져 있고, 여기다 싶어 파보면 돌덩이라서 안되고 백철쭉 7개, 자색 영산홍 5개 중, 백철쭉 5개만 동쪽으로 이사를 시켰다.
풍족하게 먹은 아침 식사도 삽질에 쑥 내려가고, 12시가 되니 배가 고프다.
 


점심 식사 후, 난로 앞에서 마시던 커피를 컵째 들고나가 오전에 심은 영산홍을 둘러본다. 아직은 어려도, 참 잘 생겼다. 아직 새순도 나오지 않은 영산홍인데도 바라만 봐도 좋다.

좋아하는 산책도 거른 채, 나머지 영산홍을 심는데, 영 진도가 안 나간다. 비좁은 장소도 그렇고, 경사진 법면과 돌틈 사이에 심으려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좁은 돌틈엔 호미만 가능. 오른쪽 어깨도 아프고, 팔도 뻐근하고 높은 돌 위에서 작업하려니 떨어질까 봐 온몸이 긴장해서 피로도가 높다. 오후 세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를 하고 허리를 편다.

아고, 힘들어!
이사만 시키기도 힘든데, 새 집 주위 도처에 포진한 풀까지 뽑아주느라 기진맥진.
그래도 고~고! 흠뻑 물을 주고 청소까지 싹 다 해준다.

경사진 화단을 활용해 백철쭉을 4계단으로 층을 만들어주었더니, 2층 화단이 재미 있는 '계단식 화단'이 되었다. 
 

 

 

 

 
겨우내 쌓인 먼지를 씻어 주고 라일락, 접시꽃, 화살나무 등 1호, 2호, 3호 화단마다 흠뻑 물을 뿌려주고 나니 드디어 이사 끝! 청소와 인테리어까지 마무으리!

오늘도 무리를 했다.
작업복을 갈아입고 손을 씻자마자 소파행. 무조건 눕고 본다. 그런데 허리를 펴주고 쉼도 잠시, 새 집으로 이사 온 영산홍을 또 보러 나간다. 세수를 한 아가들이 반짝반짝, 모두 잘 살아줘야 할 텐데......
쓰담쓰담, 행운을 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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