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삐뚤빼뚤 글쓰기

간장과 된장 사이

요술공주 셀리 2023. 3. 13. 09:25

항아리를 새로 사서 처음으로 된장을 담가 본 것이 지난 1월 말이었다.
맑은 물에 소금을 타서 부었는데 누가 마술을 부렸는지 이 소금물은, 맑지만 짙은 밤색으로 바뀌었다.

비 온 뒤의 상큼한 바람을 맞으며 '장 담그기 장인?'이 우리 집에 오셨다.
된장을 완성하고 간장을 분리하기 위해서다.
배움은 보는 것부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시범을 보인다. 이웃, 장인이 오기 전에 깨끗이 씻은 항아리는 소독을 해 놓고 소금과 큰 그릇을 준비해 놓기를 잘했다.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올려놓은 대추와 고추, 숯을 제거하는데 처음부터 작은 덩이의 숯을 넣어서 숯가루 천지다. 숯가루를 제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다음엔 큰 숯덩이를 넣어야겠다.)
 



메주 위에 찰랑거리는 미숙성 간장을 퍼서 준비한 항아리에 옮겨주면, 일단 간장 작업은 마무리가 된다.
 



"간을 보라"기에 손가락에 찍어 간장에 절은 메주맛을 보니, "우왕, 무지 짜다." 준비한 소금은 노 굿! 큰 그릇에 메주 덩어리와 '고추씨 가루'를 넣고 손으로 잘게 부숴가면서 섞어 주면 된장도 마무리다. 알면 이렇게 쉬운데 '어려울 것이다' 생각하고 그동안 많은 것들을 미리 포기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된장과 간장은 메주에 소금물만 부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거기에 바람과 햇빛, 그리고 인내심 많은 시간, 세월이 필요한 것인데, 발효의 과학이 빛을 발해줘야할 것이다.
 



처음 담아본 장은 많이 짤 것 같다. 짠 맛은 시간이 약이라서 세월이 해결해 준다니 2~3년 푹 기다리면 될 것인데, 이제 방부제 없는 건강한 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또 설렌다. 장맛은 어떨지 상상할 수 없으나 동생에게, 아들네에게 나눌 생각에 또 미소가 절로 난다.

이웃의 도움으로 만들었지만, 된장과 간장을 담그다니... 허허허 신기하고 또 기특하기 짝이 없다. 재미있고,  귀한 경험이었다.
'간장과 된장 사이'는 '냉정과 열정 사이'. 건강식에 대한 냉철함과 맛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더라.
그리고 또 하나! 장인의 수고로움 말고도, 이웃의 언니 같은 마음과 관심. 그리고 짭쪼로운 정도 담겨 있더라.




 

'삐뚤빼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심이 과했다  (0) 2023.03.15
잘한 일일까?  (2) 2023.03.14
단비, 약비  (2) 2023.03.12
횡성 나무 시장  (2) 2023.03.11
도전! 고전...  (2) 2023.03.10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