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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잘한 일일까?

요술공주 셀리 2023. 3. 14. 13:17

지난 토요일, 나무시장에서 사 온 꽃과 나무를 심는다.
그런데, 횡성시장에서 산 세 포트의 수선화는 대박이다. 참 잘 사 온 것 같다. 이럴 때가 기분 짱!이다.
화분 한 개에 심어진 알뿌리가 4~5개, 알뿌리를 조심스럽게 분리해서 심으니 앙증맞은 노랑 수선화 밭이 되었다. 세 개의 화분에서 나온 알뿌리가 무려 18 포기나 되었다. 작년에 심은 수선화 꽃 옆에 나란히 심었으니, 내년엔 노란 물결이 일렁이려나?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을 보고 싶어 여러 해 전부터 수선화를 사다 심고 싶었는데, 늘 키 큰 꽃만 보여 이제야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은방울꽃은 이파리가 넓고, '은방울 수선화'는 수선화 같이 잎이 가늘고 길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오늘 심은 것은 은방울 수선화. 이렇게 작은 꽃이 50cm 정도 자란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키 클 것을 생각해서 아가 은방울 수선화는 흰색 꽃인 '눈꽃' 옆에, 다래 넝쿨 사이에 심어주었다.
 

 
"한 그루에 7천 원이나 하는, 산에 가면 지천일 '할미꽃'을 왜 사느냐?"라고 만류하는 남편에게 "산에 가도 한 번도 못 보았다"고 쏘아 붙이며 산, 털복숭이 할미꽃도 양지바른 법면 앞쪽에 심어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구기자와 엄나무.
구기자는 차로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심고 싶은 작물이었는데, 벌레가 많이 생긴다고 한다. 벌레는 싫다. 그래서 그동안 망설였는데,  엄나무 바로 옆에 있어서 충동구매한 것이다. 얼마나 벌레가 많은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가급적 집과 멀리 있는 주차장 옆에 심어 보았다. 황매화 심어야 할 곳에 남은 백철쭉 한그루까지 옮겨 심으니, 12시 30분. 
평소보다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언니, 산에 같이 가요." 
2주 만에 내려온 이웃과 동네 산으로 go, go! 오후엔, 산책 대신 봄 산행을 했다.
"차 한 잔 하고, 같이 가요" 우리를 본 반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래서 들른 반장님 꽃밭에서 귀하다는 '노루귀'를 만나게 되었다. 사진에서나 본 노루귀를 직접 찍을 수 있다니, 이런 횡재가......, 노루를 직접 보지 못했으니 노루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으나, 줄기에 난 보송보송한 털이 분홍색 꽃잎 아래 달려 있다. 왜 노루귀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인들이 놀러오거나, 평소보다 더 걷고 싶을 때 오르던 산을, 오늘은 지리를 잘 아는 반장님의 안내로 산등성이까지 올라가 보았다. 이건 고로쇠나무, 이건 복자기나무, 땅두릅과 두릅, 민들레와 진달래를 손으로 짚어가며 가르쳐 주시니, 새롭고 이 또한 신기하다. 토종 '으아리'가 있다는 장소까지 가 보았으나, 눈 씻고 찾아보으도 발견할 수 없었다. 흰색 으아리 꽃이 필 무렵 다시 오기로 하고 내려오다가, 그만 길을 잃었다. 설마 못 내려가는 건 아니겠지? 순간 겁이 났지만, 가파른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다행히 등산로를 찾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어느새,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5시. 
두 그루이니, 무리를 해서 엄나무를 심을까 망설이다 오늘은 그만 쉬기로 한다. 아직 심지 못한 엄나무를 얼지 않도록 집안으로 들여놓다가, 앗? 수선화와 은방울 수선화가 잘 견뎌줘야 할 텐데... 이제야 걱정이 된다. 따뜻하던 낮과 달리 저녁이 되니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다. 내일과 모레까지는 최저기온이 영하의 날씨라는데, 아무래도 성급하게 꽃을 심었나 보다. 하루만, 아니 이틀만 참을걸 그랬나?
이젠 걱정해도 할 수 없는 일. "야생화라 잘 살 겁니다"라는 나무시장 아저씨 말을 믿어볼 수밖에......
"제발, 내 성급함을 묻어두고 잘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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