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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쉼표, 하나

요술공주 셀리 2023. 3. 16. 11:00

욕심이 늘 문제다.
의욕과 욕심의 차이는 한 끗 차이. 의욕이 앞서가면 늘 욕심이 따라온다. 후회는 막차를 타고......
초록을 보겠다는 의욕이 앞서, 나무를 심는 일에 욕심을 부렸더니 몸이 고되다. 다시 일을 하려면 좀 쉬어야겠다.

그렇다면 '쉼'은 무엇일까?
'멍 때리기'가 쉬는 것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겨우내 나는 '불멍'을 했다. '눈멍'도 자주 했고, 앞 산을 바라보는 '숲멍'은 매일 하고 있다. 늘 푸른 소나무가 앞산을 꽉 채우고 있어 가능한 일인데, 멍 때리기가 과연 쉬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여유를 찾고, 휴식을 찾는 것 같다. 도시에서 살 때는 나도, 당연히 여기 와서 휴식을 취했다. 꽃을 보고 나무의 초록을 보면 힐링이 되곤 했었다. 그런데 그 꽃을 보고 나무의 초록을 보기 위해 힘을 쓰고 애쓴, 지난 일주일. 재미있다고 욕심을 부렸더니, 체력이 충전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다니...... 영혼과 체력이 한 몸이란 걸 체험하고 있다.

'볕이나 쏘여야지'하고 밖에 나갔다가 장갑도 끼지 않고 작업복도 입지 않은 채 돌멩이도 쌓고, 풀도 뽑고, 화단을 정리하고 있다. 늘 그런다. 그런데 "아니야, 오늘은 쉬어야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래밭으로 내려가 어제 심은 엄나무를 쑥 뽑아 제킨다. 아무리 보아도 그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뽑는 행동으로 직진을 한다. 주차장 옆으로 심을 자리를 정해서 땅을 파는데, 아이고 돌밭이다.
일은 이미 커졌고 엄나무 두 그루를 옮겨 심는데 오전을 다 보냈다.

쉬는 게 이렇게 힘들다. 마음과 몸이 따로 돌아다니니, 붙여놓기가 쉽지 않다.

그냥 앉아 있기.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TV도 켜지 말고 핸드폰도 하지 말자. 소파에 기대어 눈만 굴리기. 그렇게 나를 다스리고 있다.

가만히 있으니, 바람도 보이고 햇살도 보인다. 구름이 앉았다 일어 나서 하늘 한 바퀴 휙 돌더니, 산 등성이에 내려앉는다. 산 아래, 반짝반짝 부서진 햇살이 강물 위로 흘러가고 있다. 잣나무 가지가 살랑살랑, 푸드덕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봄은 참 그림자만큼 기다랗기도 하지.

'쉬는 것'도 '기다림'인 것을 오늘 알았다. 쉬는 것도, 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아니다. 내겐, 기다림의 연습이 필요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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