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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동생과 함께

요술공주 셀리 2023. 3. 18. 17:30

참 만나기 힘들다. 대체 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 오냐구.
중국에서 2월말에 귀국한 동생이 오늘에서야 강원도에 왔다.
그런데 하필 제일 바쁜 날, 하필 엄마가 아픈 날 오냐구.

엄마가 힘이 하나도 없다며, 병원에 가자고 하신다. 식사도 잘 하시고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고 하는데 보기에도 편치 않아 보이신다. 이럴 때 엄마의 보약은 영양제 링거다. 어차피 병원에 간다면 우리도 할 일이 있다. 손주와 만나려면 '백일해' 예방주사를 접종해야 한다고 아들이 신신당부를 했다. 엄마는 링거를, 우리 부부는 예방접종을 했다. 거짓말처럼, 엄마는 병원에 다녀와서 편안해 보인다. 목소리도 아침과 다르게 힘이 생기셨다. 하긴 작은 딸이 왔으니, 아파도 아프지 않으시겠지...... 

동생을 위해 아침 일찍 소고기 뭇국을 끓여 놓았지만, 병원에 다녀왔더니 점심을 준비하기 너무 바쁘다. 그래도 없는 반찬까지 냉장고를 털어 열심히 준비한 점심은 '시장이 반찬', 아침도 못 먹었다는 배고픈 동생부부가, 맛있게 먹어주었다.

지난 수요일에 사다가 가식 해 놓은 나무를 심어야 해서, 동생과 우리는 오늘도 나무 심기에 열일을 한다. 
그런데 남편은 오늘도 돌 쌓기에 꽂혀있다. 우연히 만들어진 '계단 화단'이 마음에 들었는지, 별 문제 없는 화단을 계단 화단으로 만든다고 돌쌓기에 바쁘다. 주사 맞은 몸으로 무거운 돌멩이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도와줘야겠기에 합류를 했다. 그런데 꼼꼼한 남편 때문에 답답해서 미칠 지경. 뭔 놈의 돌을 크기와 높이까지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면서 이리 놓고 저리 놓고 하는지, 결국 평일에 "내가 하마"며 마음을 돌려 사과나무를 심게 했다. 오후 내내 계단 2개를 만들고, 다 저녁 때 간신히 사과나무를 심었다. 
 

 

 
동생 또한, 원주에서 내가 사다 준 홍화산사와 병꽃, 무궁화 고광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화단을 돌아보고, 새 싹이 돋고 있는 꽃과 나무와 만나서 좋았다고 한다. 
 
동생을 위해 준비한 저녁 메뉴는 장어구이다.
아들이 왔을 때 먹어 본 '안흥 풍천 장어'집에 갔다. 가는 날이 '정식 개업 날'이어서 시루떡까지 먹을 수 있었다. 고소한 장어구이와 구수한 시래기 장어탕까지 배불리 먹은 후에야, 오늘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동생과 함께였으니, 힘든 줄 모르고 보낸 신나는 하루였다.
내일은 동생과 또 무얼 하고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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