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삐뚤빼뚤 글쓰기

돌길인가, 꽃길인가

요술공주 셀리 2023. 4. 25. 09:13

나는 공주 출신이다.
태어난 곳은 친할아버지 사시던 수덕사 근처지만, 아버지 직장을 따라 대전과 공주에서 살았다. 학창 시절을 모두 공주에서 보냈고, 결혼을 해서도 공주가 친정이었다. 공산성과 곰나루로 소풍을 가고, 금강에서 감성을 키웠던 곳. 자전거를 배울 땐 제민천에서 떨어진 적도, 아버지한테 꾸중을 듣고 집 나와서 걷던 금강다리도 기억이 생생한 곳. 고향 같은 곳이 충남 공주다.

그런데 지명이 공주라서 사람들이 자주 오해를 했었다. "공주 출신입니다." 하면 이 사람 뭐야? 자기가 무슨 공주라고......?
공주라 말한 적 없는데도 오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공주에서 자랐답니다."
"아, 그 공주?
하하하, 호호호! 늘 웃음으로 마무리되기에 나를 소개할 땐, 가끔 애용하는 멘트이기도 하다.

윗집에 가려면, 먼 길로 돌아서 가는 불편함이 있다.
음식이나 꽃이라도 나누려면 짐이 생기는데, 돌아서 가는 길이 멀고 힘들어서 고민 끝에 지름길을 만들었다.
그래서 바쁠 때엔, 자주 애용하고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지름길은 비가 오면 질척거림이 문제다. 집안에서 딱 한 곳, 여기만 진흙땅이어서 그동안 벽돌로 징검다리를 놓고 사용했는데, 징검다리는 꼭 벽돌 있는 곳만 밟아야 하니, 바쁠 때는 발을 헛디디기 일쑤. 불편하고 더딘 것이 문제다.

주말 내내 잔돌멩이를 채웠던 곳에 잔디를 심었다.
돌멩이 천국인 이 집에서 돌방석을 깔았던 곳이니, 걷어낸 돌이 또 처치 곤란이다.
돌도 없애고, 벽돌의 단점을 보완할 겸 작은 돌과 중간돌을 이용해 길을 만들었더니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꽃밭 사이에 만들었더니 작은 오솔길 같아서, 집에 이야기 하나가 또 생겨났다. 그러나 애용할 사람은 딱 두 명. 윗집과 공주 출신 할머니다. 두 사람을 위한 길 치고는 너무 럭셔리한 곳, 꽃길이다. 왼쪽은 분홍 족두리꽃, 오른쪽엔 보라 벌개미취꽃이니 우린 꽃길만 걷게 되었다. 꽃길만 걸으니 공주 아닌가?

암튼 돌길인지, 꽃길인지 그거 하나 만들어 놓고 또 흐뭇해한다. 오늘도 혼자만 아는 기쁨, 비가 와서 또 좋다고 한다.
 

 

 

'삐뚤빼뚤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휘 기픈 남간  (3) 2023.04.27
일기(4.26)  (7) 2023.04.26
잊고지내야 보인다  (4) 2023.04.24
화가 김두영  (2) 2023.04.22
삼색 비빔밥과 쑥국  (5) 2023.04.22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