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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뭉쳐야 산다

요술공주 셀리 2023. 4. 28. 11:24

2년 전, 동생네 집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삼색제비꽃'을 얻어와 2호 화단에 심었었다. 그런데 그 꽃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2년 전엔 지천이었던 제비꽃이 왜 없어졌을까? 오늘에서야 기억이 났다. 1호 화단에 있던 병꽃을 2호로 옮기고, 3호에 있던 백철쭉을 2호로 옮기면서 땅을 뒤집었을 때, 그때 삼색제비꽃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수선화 옆, 펜스테몬사이에 작은 체구로 혼자 피어 있는 보라색 꽃이 늘 외로워 보였는데, 그게 삼색제비꽃이란 걸 오늘 알았다. 어제 횡성 시장에서 산 '비올라'꽃씨 때문인데, 인터넷 공부로 팬지와 비올라, 삼색제비꽃을 구분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꽃을 심고 꽃씨를 뿌리면서 살피다 보니, 집안 구석구석 개미집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우단동자는 동쪽, 한련화와 목화, 메리골드는 계단화단, 수선화는 1호, 맥문동은 2호와 3호, 수국은 북쪽 등. 100여 가지가 훨씬 넘는 나무와 꽃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아마도 3초 이내에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대답할 자신이 있다.

그동안 바위 밑과 주차장 옆, 돌계단 밑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삼색제비꽃을 캐서 한 곳에 모았더니 17개나 되었다. 2년 여, 이산가족으로 지내던 삼색제비꽃이 오늘에서야 같은 장소에, 한 가족으로 다시 뭉쳤다.
 

 

 

 


황금 조팝이 이사 온 지도 3년이 되었다. 황금 조팝은 새싹부터 꽃이 피는 것처럼 보인다. 앙증맞은 빨강 새싹은 마치 장미꽃 같다. 이 새싹이 자라면서 점점 연둣빛으로 변하다가 한 여름엔 정말로 꽃을 피우는데, 한 겨울에 피는 눈꽃까지 합하면 4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황금조팝에게 아기가 생겨났다.
지난 이른 봄, 잡초인 줄 알고 뽑았더니 제대로 된 애기 나무, 황금조팝이었던 것이다. 어느새 제곱을 낸 아기조팝이 화단 가득, 하설초와 접시꽃을 비집고 자리를 턱 잡고 앉았다.
 

 
잔디를 거두어 내고 화단을 넓혔는데, 갑자기 넓혀진 화단에 심을 꽃이 막막하다. 작년에 모아 둔 씨앗과 얻어온 씨앗, 다이소에서 사 온 씨앗을 뿌리고도 화단은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일차로 오렌지타임을 사다 심었고, 어제 붓꽃을 심었는데도 말이다. 비어 있는 화단을 채우기 위해 좀 어리지만, 황금조팝에게 새 집을 마련해 주었다.

오늘은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날, 그리고 애기 조팝이 독립하는 날이다.
잔디를 뽑아낸 자리, 확장한 화단에 옮겨 심으니 애기 조팝에게 널찍한 새 집이 생겨났다. 공교롭게도 옮긴 조팝도 17개다.
 

 

 
이산가족은 싫다.
화단 가꾸기가 왕초보이지만, 외로운 꽃은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꽃이  군락을 이루며 모여 있는 것이 더 예쁘고 보기도 좋아, 늘 가족을 만들어 꽃을 심는다. 뭉쳐있어야 힘이 되지, 그래서 한 곳에 가족을 만들어 준 오늘이, 너에게도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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