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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는데 굳이 시간을 다툴 일도 아니어서
완행버스를 탔습니다
카트만두에서 샤부르베시까지 아홉 시간
가다 서다 타다 내리다
사람도 타고 염소도 타고 쌀자루도 타고
버스는 원시의 평화로 가득합니다
어설프고 패인 포장도로를 달리다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비탈길을
탈탈탈 구르며 느리게 가는 버스가
산사태로 무너진 길을 천천히 비껴갈 때는
이 세상이 저세상인 듯
순간 아득해지기도 하지만
여러 차례 삶의 태풍을 만나
여기저기 찢기고 멍든 곡절의 마음이라
더 이상 놀라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점과 점이 이어져 누군가의 숨길이 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 역사를 이어가듯
사람과 사람들 등 기대어 느리고 더디게
이렇게 살아도 될까 싶은 마음이 들도록
느리게 참으로 느리게 달려 산으로 갑니다
버스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히말라야 산속으로 걸어 드는 좁은 길은
속도의 문명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며
고요의 세계가 문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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