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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목표는 아니지만, 오늘 버킷리스트 하나를 또 달성했다.
좋은 이웃과 물기를 가득 머금은 초록 산행을 하고 왔으니, 14,500걸음마다 미소를 담아 돌아왔다.
횡성군 강림면에 위치한 '태종대'를 지나 '부곡탐방지원센터' 근처에 주차를 하고 우리 일행은 '곧은재'를 목표로 등산을 시작했다. 완만하고 잘 닦여진 등산로를 접어들면 곧바로 만나는 초록과 계곡이 있어 설렘반 기대반, 시작이 좋다.



산 입구부터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가슴을 때린다. 부곡폭포가 별도로 있다지만, 내 눈엔 흘러 가는 계곡 곳곳이 모두 폭포다. 사람소리보다 더 싱그런 새소리와 물소리다. 초록 나무 틈 사이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물줄기가 시야에 가득하고, 낙엽 쌓인 등산로도 대자연의 품을 그대로 내어준다. 우리는 그들이 내어주는 너른 품 속으로 쏙 들어가서, 초록 향기에 푹 푹 빠져 걷는다.


빽빽한 나무사이로 언듯언듯 비춰주는 햇살에, 보석 같은 물비늘이 출렁인다. 이마엔 어느새 숨 가쁜 구슬땀이 맺히지만, 무상무념 머릿속엔 싱그런 바람이 채워진다.


"안녕하세요? 부침개 한 점 들고가세요" 오늘 아침 서울에서 왔다는 사람들 덕분에 부침개 한 점, 쑥떡 한 개로 시장기를 채워서 가파른 고갯길도 후루룩 올라갔다. 완만하게 오르던 길이 정상 바로 직전에 급경사다. 깔딱! 숨이 가쁜 찰나, 드디어 '곧은재' 정상이다. 4.1km를 나무와 계곡을 만나 어울렁더울렁 1시간 30여분을 올라왔다. 정상 직전까지는 힘이 들지만, 정상은 늘 여유롭다. 890m 정상에 부는 시원한 바람 한 줌을 들이마시고, 이제는 하산이다.


점심때를 훌쩍 넘긴 배 고픈 일행은, 발에 바퀴를 달았는지 앞서가던 사람들을 제치고 전진을 한다. 올라가기가 힘들었지, 내리막 4km는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올라올 땐 보이지 않던 산목련과 산붓꽃, 생전 처음 보는 이름 모를 야생화도 만나고, 온갖 산나물과 희귀한 나무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모두 다 반가운 친구들, 예전엔 몰랐던 일들이다.



늦은 점심은 단골이 된 '박가네 추어탕'집에서 해결한다. 뜨거운 국물도 순삭! 추어탕으로 보람찬 등산을 마무리한다.
오랜만에 8.2km를 걸었다.
'치악산 수레너미길'이 초록의 향연이었다면, '치악산 곧은재'는 초록과 은빛 계곡의 합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각과 청각, 모두를 만족시킨 화려한 산행이다. 하모니가 있는 곧은재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길은 또 어떤 재미가 펼쳐질 것인지...... 오늘도 미련을 남겨둔다.
강원도의 힘은, 역시 산행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치악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왔으니 금 주, 일주일도 화이팅이다.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