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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마실(3)

요술공주 셀리 2023. 6. 20. 17:35

강원도에 내려온 지, 1년 4개월.
얻은 것이 너무 많다. 
신선한 공기와 햇빛, 그리고 계절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있어 좋고, 꽃과 초록이 함께하니 날마다 힐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좋은 사람을 많이 알게 된 일이다.
 
사람이 좋다.
"언니, 2시 30분에 산에 가요" 정예멤버 4명이 또 뭉쳤다. 
오늘의 산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일주일 전보다 우거진 선선한 그늘, 그리고 새로운 야생화 '노루발풀꽃'을 만났다. 밤꽃 향이 흐드러진 산이 오늘의 새 모습. 일주일 또 성장한 둥굴레와 으아리, 꿀풀, 산붓꽃과 인동이 그새 또 반갑다고 한다. 
 

 
비가 오려는지, 햇빛은 없으나 후텁지근한 날씨에 1시간 등산을 했더니, 땀이 흥건하다.
"언니, 차 한잔 하고 가요." 옥이가 내온 개복숭아 효소에 얼음 동동 띄운 음료수로, 흐르던 땀이 금세 식는다.
센스쟁이 옥이다.
 
오래 전, MBTI성격검사를 했다. 그 결과, 외향성 성격 E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난 처음 만난 사람과 쉽게 친해지질 못한다.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리는 데다 말 수가 적으니, 1년 여가 지난 이제서야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호형호제하는 사람이 셋이나 생겼다. 강원도에서 두 명의 형님(언니)과 동생이 생긴 것. 옥이는 새로 생긴 동생! 이웃사촌보다 더 애틋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옥이네 집은 산 바로 밑에 자리잡고 있어, 멀리 치악산이 보인다. 하늘이 가까운 집. 발아래 십수 년 된 소나무가 일품인 풍경을 품고 있어 초록과 이웃을 발아래 두고 있다. 이 집에 오면, 추위에 약해 월동이 힘들다는 남천과 황금소나무, 잘 관리한 '공작새 주목'이 눈길을 끈다. 인0씨는, 유튜브로 배워 주 특기가 된 '전지'실력으로 블루베리가 와글와글 달렸다고 자랑을 한다. 입버릇처럼 땅이 좁다고 하나, 250여 평 되는 집에 채소와 꽃을 고루 가꾸고 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에는 남편이 만들어준 새집을 달았는데, 새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옥이는 속상해한다. 당연한 말씀. 현관에 사람이 그렇게 자주 들락거리는데 새가 들어올 리가 없지......
 

 
 
밝고 긍정적인 옥이가 나는 좋다. 함께 있으면 저절로 유쾌해지고 엔돌핀이 솟는다. 
그런 아내 옆에서 늘 챙겨주고 묵묵히 지켜주는 인0씨를 보고 있노라면, 따뜻한 인간애가 느껴져, 늘 미소 짓게 한다. 따뜻함이 전해오는 이들 부부의 장점이다.
그래서일까? 들고양이를 보살피듯, 채소 농사도 잘 짓는 부부. 오이 덩쿨 지지대 세우는 법은 인0씨에게 배웠다. 브로콜리와 꽈리고추, 양상추, 여름배추도 다 이들에게서 배워, 심고 가꾸고 있다. 그러고보니, 김치 담그는 법과 장 담그기, 빵 굽는 법도 다 옥이에게 배웠네.
 

 
바람이 분다.
비를 머금은 바람, 더위를 보내고 가뭄을 해갈할 바람이 분다.
생활력은 강하지만, 마음이 넉넉한 우리 꽃 인동이 옥이를 닮은 건지, 옥이가 인동을 닮은 건지, 이 집에 마실을 올 때면 언제나 버선발로 반기는 인동이, 바람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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