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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정해진 멤버. 윗집 부부와 헤레나, 4명이 뭉쳤다.
뭉쳐서 가는 곳은 마을 뒷산, 이도 늘 정해진 코스다.
정해진 사람과 정해진 장소라도, 우린 늘 재미있고 신선하다. 지난주에도 왔었고 한 달 전에도 왔던 산인데도 갈 때마다 풀도 자라고 나무도 자라서, 우린 늘 새 장소에서 등산을 한다.
한 달 전엔 철쭉이, 오늘은 보랏빛 향기를 뿜뿜하는 싸리꽃이 지천이다. 향기 하면 질 수 없는 토종, 흰색 인동도 얼굴을 내밀었다. 풀 숲은 키만큼 자라 우리랑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질경이는 언제나 겸손하게 낮은 인사를 한다. 키 작은 산붓꽃만 보이더니 그새 자란 건지, 새로 나온 건지, 오늘은 키 큰 산붓꽃과 꿩의다리도 소풍을 나왔다. 뱀딸기와, 꿀풀이 땅바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도 귀엽고 앙증맞다. 날마다 다른 표정과 만날 수 있으니, 우리가 산을 오르는 이유다.

뱀 조심!
나무 조심!
유일한 남자인 인0씨가 선두에 서서 휘적휘적, 나뭇가지도 잘라주고 풀숲도 헤쳐준다.
우리는 뒤를 따라가며 호호, 후후! 세상 사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올망종말 붙어사는 이웃 이야기를 재잘재잘. 깊은 산 속까지 웃음소리를 심어놓고 내려온다. 산 꼭대기에 남아 있던 웃음소리가 우리를 따라오면, 어느새 헤레나 집.
정자에 앉아, 차 한잔으로 땀을 식힌다.

헤레나집엔 연못이 있다.
연못가에 파랑색 파라솔을 놓고, 그늘 아래에서 차를 마시는 '물멍'이 헤레나의 낙이라고 한다. 정자까지 갖춘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연못이다. 연못이 있어 노랑 달맞이도, 꿩의다리도, 빨강 덩굴장미도 모두 주인공이다.




"우와, 꽃이 너무 예뻐요." 감탄을 하는 우리에게, "난 꽃 안 좋아해. 다, 우리집 양반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집 안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소품과 앙증맞은 꽃들이 유난히 많다. 나무를 타고 올라간 으아리와 고목에 심긴 바위솔은 탐이 날 정도.
아름다움이 나를 감동케 한다.
꽃들이 춤을 추고, 덩달아 내 마음도 춤을 춘다. 마음을 나누는 이웃도 그렇다.
봄을 기다리고, 꽃을 그렇게 기다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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