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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다람쥐와 함께 딸기를

요술공주 셀리 2023. 6. 9. 08:17

새벽에 내리던 비와 교대한, 햇빛이 나왔다.
햇살을 등에 업은 소나무는 어깨에 휘장을 둘렀고, 빨간 단풍나무는 보석을 달았다. 비 개인 햇빛은 늘 반짝반짝, 아침엔 더 윤이 난다.

6월을 즐기기엔 이만한데도 없다.
울창한 새소리를 들으며, 안온한 초록병풍 아래,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바라본다. 어제는 숲멍, 오늘은 꽃멍이다.

온몸에 햇살을 받으며 데크에 앉아 있는데 감지되는 움직임.
아기 다람쥐다!
우리 집 데크는 나름 문명의 장소다. 나무로 만든 의자와 탁자도 있지만, 플라스틱 의자와 온갖 화분과 에어컨 실외기가 있는 곳. 그런데 내가 앉은 의자 옆까지 다람쥐가 찾아왔다. 아기라서일까? 사람 가까이 찾아온 다람쥐가 반갑고 신기해서, 자동반사.
사진을 찍으려 핸드폰을 드는 순간, 다람쥐는 휘리릭 계단을 지나 잔디밭으로 가버렸다.

얼마 전, 엄마와 데크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고 있을 때다.
다람쥐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돌 위를 지나가다가 멈춰서더니 딸기 하나를 툭 따는 게 아닌가?  꼭지는 따서 휙 던져버리고 딸기만 가져가서 양손에 들고 오쪼쪼조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엄마, 다람쥐가 딸기를 다 먹네" 했더니,
"응, 딸기는 쟤네들 하고 반반씩 나누어 먹어."
"근데, 쟤들도 안 익은 건 안 먹어." 하신다.
딸기도 먹는 다람쥐. 그걸 알고 딸기를 다람쥐에게 나눠주시는 우리 엄마.
오늘은, 다람쥐 너희보다 우리 엄마가 백배나 더 이쁘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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