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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행복 잔치

요술공주 셀리 2023. 6. 23. 12:06

"센터에 오래"
무뚝뚝하게 말씀하시며 아버지가 내민 '초대장'에는, '가족과 함께 행복 만들기'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부모님이 다니시는 시설에서 보낸 초대장이다.
금요일, 10시. 1층 강당.
센터 어르신들과 그 보호자(가족)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센터 소개를 시작으로 어르신과 가족들이 동영상을 따라 신체체조를 하면서 서먹서먹하던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다. 풍선 4개와 긴 플라스틱 막대로 감과 사과를 엄마와 함께 만들었다. 학창 시절, 가정 숙제로 손뜨개 모티브를 함께 만들어보고, 엄마와 공공장소에서 무얼 함께 만들어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감이 사과보다 더 크네." 하시며 엄마는 딸과 보내는 시간을 흐뭇해 하셨다.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공연이, 참 이채롭다.
원장님과 요양보호사, 모든 직원이 '백세인생'이라는 주제로 연극 공연을 시작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어색하지도 않으면서 내용도 괜찮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했다. 저승사자가 나이 대별로 어르신들을 모시러 왔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허탕을 치는 내용이었다. 전문 배우가 아닌데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이 전해져 왔다.
 

 
 

평소 젊잖으신 원장님이 노래를 시작 하셔서 깜짝 놀랐다. 원장님이 분위기를 띄운 덕분에 보호자, 센터 관계자와 어르신들이 이어서 노래를 부르셨다. 휠체어의 어르신이 '바위고개' 를 부르시는데 그 가사를 따라 부르다 그만 눈물이 핑 돌았지만, 막 공연을 마친 센터 가족(직원 및 관계자)들의 재롱잔치?에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저녁도 아니고, 오후도 아닌 오전에, 이렇게 흥이 많은 사람들을 아주 오랜만에 만나 보았다. 진심과 열정을 다해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진심은 통한다'라고, 노력하는 직원들에게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점심식사를 준비할 때도 여전했다.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이 행여 체할까 등을 토닥이며, 식사를 돕는 모습. 원장님까지 도시락이며, 물, 과일을 직접 차려주는 모습을 보며 '참 잘 왔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은 어르신들을 모두 챙긴 다음에야 구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노인복지가 잘 되어있다'라는 걸, 부모님과 가깝게 지내며 자주 느낀다.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작은 마을까지 요양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시설에서는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즉시 대처를 해준다. 엄마가 급체를 했을 때도 119를 불러주어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건강 외에도 군에서는 '문화누리카드'를 발급해 주는데 카드로 공연을 관람하거나, 건강 관련 물품, 도서를 구입할 수 있다. 이 카드로 부모님과 영화를 관람한 적도 있고, 덕분에 보고 싶은 책을 사 보기도 했다.  
 
참석하신 80대, 90대의 어르신들을 보면서 미래의 우리 모습을 상상해 보고 측은지심과 애잔함이 발동이 되어 울컥한 적도 있었으나, 엄마가 아침만 되면 화장을 곱게 하고 센터 차를 왜 기다리시는지 알 것 같아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유치원에서 처럼 생일잔치도 해 주는 센터를 엄마가 좋아하셔서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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