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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8시에 출발할게요."
어젯밤에 온 문자다. 지난봄에 왔던 동료들이 오늘 또 온다고 해서 신나게 '손님맞이'를 하고 있었다. 새로 산 면기를 깨끗이 씻어놓고, 점심으로 삼계탕도 이미 끓여놓았다. 농사지은 감자와 호박도 전을 부치려고 재료를 다 썰어서 통에 딱 담아놓고, 수박과 방울토마토도 미리 따 놓았다. 첫 수확한 강원도 찰옥수수도 맛있게 삶아놓았는데......

서울은 이미 폭우가 내리고 있단다. 그래서 "다음에 오겠다"는 연락이 다시 왔다. 여긴 잔뜩 흐린 하늘,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빗길운전은 다 어렵다. 다음에 오겠다는 결정이 현명한 선택임을 아는데도, 문자를 보고 마음 한 구석이 왜 휑한 것인지......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꽃꽂이한 꽃병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앉아있다.

서울 손님은 모두 4명. 한 때 학교를 이끌던 리더들인데, 지금은 모두 다른 학교와 연구원, 도서관으로 전근을 갔다. 그러니 각자의 일정을 조절하기 힘들었을 텐데, 오늘 내려오지 못하는 그녀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짐작이 간다.

여기도 이제,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이 정도의 비 쯤이야." 나무들은 늘 생기발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껏 찌푸린 구름 때문일까? 초록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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