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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대관령 휴양림

요술공주 셀리 2023. 7. 20. 16:56

"언니, 예방주사 맞을 때, 신분증 필요한가요?"
며칠 전, 보건소에서 유행성출혈열 예방주사를 맞았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연락처까지 등록했었다. 예방 접종은 시골에서 잡초를 뽑고 농작물과 접촉할 때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아마, 옥이도 오늘 예방접종을 하려나 보다.
"언니, 대관령 소나무숲 가려구요. 얼른 준비해서 올라와요."
아니, 보건소 간다던 사람이 갑자기 대관령이라니....... 신분증이 없어서 보건소 대신 대관령에 가기로 했다나? 아무렴 어떨까? 딱히 계획 세운 일도 없으니 우린 무작정 차를 타고 나섰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 매표소에서 우린 발목을 잡혔다.
"긴 장마로 지반이 약해져 입산금지랍니다."
전화를 해보고 올 것을......
피톤치드 팍팍 나오는 소나무 숲을 짜잔 걸어 볼 기대를 하고 왔는데 입산금지라니. 아쉬운 마음으로 차를 세워놓고 1km 정도의 산책길을 걸어서 내려오는데, 작은 폭포와 숲 풍경이 아기자기 예쁘고 시원스럽다. '삼포암' 가는 길이란다. 소나무 숲 대신 폭포를 보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관령 소나무길 대신 옥이가 찾은 맛집. '자연애'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우린, 모두 메밀국수를 주문했다. 
식당 이름처럼 이 집은 자연의 맛을 추구하는 건강한 음식점이다. 100% 모밀을 고집하고, 조미료 없는 나물반찬이 주류를 이룬다. 질경이, 시금치, 고추, 무, 강황에 숙성한 숙주나물 등 모든 반찬이 건강식, 자연식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음식을 나는 처음 먹어본다. 그런데, 어떤 것은 맛있었지만, 질경이는 좀 질기고 대체로 새큼한 맛이 강한 듯하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메밀쌈에 얹어, 갖은 나물과 싸서 먹은, 이 또한 처음 먹어 보는 음식도 나름 새롭다. 자연애 메밀국수도 담백하고 건강한 맛. 달고 짜고 강한 맛에 길들여진 서울 입맛엔 뭔가 밋밋한 감이 있다. 그러나 건강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단골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음식을 먹어서일까? 이젠, 따끈한 커피가 그립다. 옥이가 가 봤다는 둔내의 '그림동화' 카페를 찾았다. 처음 오는 카페다. 감성 있는 상호 만큼 카페는 동화나라의 오두막집 같다. 주인장이 손수 지었다는 목조 주택과 직접 만든 목공예, 한지로 만든 조명등, 자수 커튼 등 작고 유머러스한 소품들이 센스 만점, 수준 높은 감각의 작품들로 눈이 호강이다. 주인이 직접 달여 만든 쌉싸름한 쌍화탕 역시 건강을 부르는 맛. 비싼 몸 값만큼 풍미가 깊다. 그러고보니 오늘의 주제는  '건강'과 '자연'. 우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일까?
 

 

 

 

 
 

언니 같고 동생 같은 이웃과 함께 한 오늘. 지루한 장맛비와 쿰쿰했던 마음이 싹 달아난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침에 널어 놓은 뽀송뽀송한 이불이 먼저 반긴다.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익숙함도 좋다.
느리게 가는 시간. 새로 가는 시계는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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