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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초대

요술공주 셀리 2023. 7. 14. 13:25

동생이 결혼을 하고, 신혼집에 우리를 초대했을 때, 남편과 나는 라면을 먹었다.
동생이 만든 김치는 덜 절여져서 살아 있는 생배추였고, 두툼한 부침개 역시 겉은 시커멓게 탔지만, 속은 익지 않은 생밀가루였었다. 도저히 먹기 힘들어, 국물이 먹고 싶다며 우리 부부는 라면을 끓였었다.
그랬던 동생이 간호사를 그만두고 주부가 되더니, 웬만한 손님상은 혼자서도 거뜬히 차려내는 요리 장인이 되었다.

어젠 심교수와 모밀국수를 함께 했고, 오늘은 젊은 부부와 '샐러드 소면'을 함께 먹었다.
흔한 국수와 김밥이었지만, 비주얼과 맛은 별 5개, 미슐랭 맛집이었다.
 

 



토마토와 삶은 계란, 집에서 기른 녹색 채소, 그리고 동생이 개발한 특제소스를 곁들인 '샐러드 소면'은 우선, 눈이 호강을 한다. 계란노른자와 빨강 토마토, 녹색채소 위에 얹은 흰색 국수의 조화로운 색상 때문에 어떤 맛일까 식욕부터 자극을 한다. "국수 먹으러 와요." 초대를 받은 사람은 잔치국수를 상상하고 왔다가 화려한 색상에 놀라고, 고소함과 상큼한 맛, 달달하고 짭조름한 뒷맛에 감탄을 한다. 그래서  '샐러드 소면'은 초대 음식으로 동생이 자주 만드는 요리다. 젊은 부부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음식을 즐겼다. 자기 몫보다 더 많은 양을 해결하고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함박웃음을 남기고 돌아 갔다.
 

 

"언니, 나는 사람들이 우리 집에 왔을 때,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싶어." 
그래서, 동생은 그릇과 플레이팅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늘은 비 때문에 꽃병과 식탁보를 생략했지만, 때로는 들꽃을, 때로는 화단에서 자란 꽃도 화병에 꽂아놓는다. 동생이지만, 배우는 점이 많다. 그리고 이런 동생 때문에, 나도 손님 초대에 용기가 생겼다. 참 든든하다. 
 


 
오늘은 제부의 생일.
건강하고 장수하라고, 기다란 국수 요리를 해 주었단다. 쑥스러워하는 제부에게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주었다. 제부는 내겐, 또 한 명의 든든한 왼팔.
"제부, 생일을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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