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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때문인가? 아니면 입추와 말복이 지나서인가, 한풀 꺾인 더위가 반갑기만 하다.
무더위가 지나가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늘이 바로 그때, 페인트를 칠하는 날이다.
나는 왕년에 사포질 좀 하던 언니다. 목공예를 취미로 해보았으니 "사포질쯤이야"하고 시작했는데 2m가 넘는 벤치의 니스칠을 벗겨내려니 쉽지 않다. 오늘의 주인공은 4년 전 지인이 만들어준 나무 벤치(소파 배드)다.
처음엔 별채에, 그다음엔 거실에서 사용했는데, 너무 큰 데다 거실의 패브릭 소파와 어울리지 않아, 데크로 내쫓긴 신세가 되었다. 니스를 칠해주었으나 장마에 곰팡이가 슬었다. 곰팡이도 방지하고 새 단장도 하고 싶어 오늘, 유성페인트를 칠하기로 했다.
작업 시작!
머리를 질끈 묶고, 마스크와 긴팔셔츠, 일바지까지 환복하고 하는 작업은 고난의 연속이다. 마스크를 했어도 페인트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그러나 선선한 바람도 내 열정에는 쉬어가지 못한다. 온몸이 땀범벅이다.
쓱싹쓱싹 붓질이 나는 좋다. 그래서 데크에 오일스테인을 칠할 때도, 웬만한 가구의 페인트칠도 우리 집은 다 내 차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붓질을 한다. 벤치를 뒤집어놓고 철퍼덕 바닥에 앉아 칠하다가, 허리를 구부리고 칠하다가,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다 보니 뒷 면은 완성. 어느새 60%의 작업을 완성한다. 소나기까지 시원하게 내려주니 휴식으로 먹는 수박 한 입으로도 행복하다.
어깨도 아프고 페인트 냄새로 머리가 아파올 때, 드디어 완성!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향한다.
그런데 페인트가 남았다. 내친김에 보너스로 흔들의자까지 칠해주었다.
아이고 머리, 어깨, 무릎, 팔이여...... 오늘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