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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나무를 심고, 잔디와 꽃을 가꾸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겨났다.
발품을 팔고 노력한 만큼 변화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올 봄엔 화단을 넓히고 꽃도 많이 심었다. 그래서 4~5년 전에 비하면 색깔도 많아지고 풍성해진 풍경이 되어 보기가 좋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한 듯. 뭔가 색 다른 게 채워지길 바라 나무로 조각을 해 보기로 했다.

싸리나무 가지로 다발을 묶어 말을 만들거나, 굵기가 다른 통나무를 툭툭 잘라 사슴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싸리나무가 있어도 낫질을 못해서, 문0씨가 통나무를 준다고 해도 톱질을 못해서, 사슴을 데려오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문0씨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강원도에 이사를 왔다.
문0씨는 목공과 나무가구를 제작한다고 했다. 어느 날 집에 동물 가족을 들이고 싶다고 "만들어 주지 않겠나"며 부탁을 했는데 한 큐에 ok를 해주었다. 크기와 형태를 종이에 끄적끄적 드로잉을 해 주며 언제든 만들고 싶을 때,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완성 기한도 무한정이라고 하며 부탁을 한 때가 7월 초라고 기억한다.

1 달이면 완성할까? 어떻게 만들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지만 문0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길에서 만나도 인사만 주고받았다. 장마철에 만난 문0씨. "사슴은 아무래도 장마 후에 만들어야겠어요. 곰팡이가 나고 습해서요." 그리고 또 한 달여가 지났다.

"오늘 찾아뵐까 하는데요. 사슴, 완성했어요."
부부가 사슴 한 마리를 가슴에 안고 찾아왔다. 매끄러운 목선과 한쪽 무릎을 사뿐히 들고 있는 우아한 사슴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우와, 기가 막히네요. 어쩌면 이렇게 고운 사슴을 만들었을까요?"
"튼튼하게 만들려고 못을 박지 않고 조각을 해서 끼워맞췄답니다."
"이렇게 등에 탈 수도 있구요." 해맑게 웃으며 사슴 등에 올라 타는 문0씨. 그런데 가늘고 긴 네다리로 사슴은 보무도 당당하게 턱 버티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바람에 휠 새라, 비에 젖을 새라 집에 온 사슴은 며칠 째 집 안, 데크에서 재우고 있다.
길고 매끈매끈한 목을 만지작 거리고, 꼬리를 한 번 살짝 만지다가, 조심스럽게 등에 올라 타 보기도 한다. 어떻게 이렇게 귀한 가족이 생겼는지 신기하지만, 아직은 낯설다. 우리 가족으로 빨리 적응하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이 집의 자연과 찰떡같이 어울릴지 잔디밭에 놓았다가, 돌 길에도 놓아 보았다가, 이리저리 옮기다가 사슴이 있을 자리를 정했다. 말채나무 앞. 하늘을 향해 있는 사슴이 머리를 치켜들고 "난 새 식구야, 아직 낯 설고 어색한데, 나랑 친구 해 줄래?"
말채나무는 부드럽게 사슴을 내려다보고 있다. 말채나무 뒤에 산수유, 말채나무 옆에 단풍나무도 사슴의 이 말을 분명 들었을 터.
우연히 지나가던 새도 들었다. 찌르~ 찌르~ 찌르~, 환영의 팡파르! 나무도, 꽃도, 하늘도, 바람도, 우린 모두 너를 바라보고 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