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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기쁘고, 다녀 가면 더 기쁘다고 친구가 그랬다.
손자의 재롱보다 뒤치다꺼리하는 게 더 힘들어서 한 말일게다.
내 손자는 아직 어려서일까? 기다림은 설레고 기뻤고, 서울에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는 더 기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먼 길을 다녀간 손주가 무사히 도착했다니 감사한 일이다.
이 번 추석은 아들과 며느리, 할아버지 집에 처음 온 손주와 함께 했으니, 최고의 명절이었다.
증조부모, 조부모, 아들 내외, 손주. 4대와 함께 지낸 명절은 화살 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차례를 지내고, 부모님 식사 챙기고 틈틈이 손주와 함께 보낸 시간이 언제 였는지, 손자의 웃는 모습과 재롱의 모습만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여전히 손주가 머물던 별채에 가서 코를 벌름거리고 있다. 남은 아가 향기를 여기저기서 찾아내기 바쁘다.
그렇게 그리움으로 보낸 시간도 흘쩍, 어느새 10월이다. 추석 명절의 여운을 정리하고 돌아온 일상.
새벽미사를 다녀와 부모님 식사를 챙겨 드리고, 커피를 마신다. 이제야 여유로운 시간이다. 밖에서 분주히 무언가를 벌이던 남편이 불러 나갔더니, "오늘, 데크에 오일스텐 칠하자"한다. 넓은 데크에 이미 물청소를 깨끗이 한 뒤다. 페인트칠은 내 차지이니 "오우 케이" 경쾌한 대답과 함께 마스크, 장갑, 페인트용 신발과 일바지를 착용하고, 오늘도 '칠 삼매경'에 빠져본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남편은 사다리 위에서, 난 데크 위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나니 휴~~~, 힘들다!
그래도 틈틈이 남편이 교대를 해 주어 오늘은 한결 수월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가장 넓은 곳을 칠했으니 대만족이다. 이제, 오일스테인 칠은 40% 남았다. 무리를 하면 완성할 수 있겠으나, 경험이 약이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복습을 실천하련다.
오일스텐을 칠한지 2년이 되었다. 햇볕에 바랜 데크에 묻은 연륜? 이 보기 애처로울 정도로 낡아 헌 집처럼 보였다. 마음에 드는 dark brown으로 색을 입혀주니 세련된 새집으로 변신을 했다. 반나절, 데크에 오일스테인을 칠해줬을 뿐인데...... 데크의 변신은 무죄. 이 맛으로 고약한 신나 냄새를 견디고, 구부리고 앉아 힘들게 작업을 한다.
잔디밭 벤치에 앉아 새 옷으로 갈아입은 데크를 지그시 바라본다.
이쁘다.
흐뭇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