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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역행이다.
시간의 기수를 45년 전으로 돌려놓고 70~80 시절로 돌아간다.
남편이 운전해서 대학 캠퍼스 입구에 도착했다. 오후 2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지만 구름 가득한 하늘은 도통 45년 전의 시간을 내어 주지 않는다. 캠퍼스 입구부터 달라진 학교는 수도 없이 지어진 건물과 생소한 건물 이름 때문에 추억을 소환할 수가 없다.
남녀 공학이던 고등학교 동창회가 40여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동창회는 식사와 차를 마시고 더러는 노래방까지 가는 코스가 대부분이었지만, 추억의 수학여행과 홈커밍데이, 은사님을 모시는 행사 등 의미 있는 행사도 기획했었다. "오랜 전통과 수재들이 모인 꽤 이름 있는 학교의 동창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는 의견이 모아져 작년엔 동창들의 원고를 모아 책을 발간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어진 이름하여 '문화 동창회'.
전공한 화가와 시인, 수필가, 희곡 작가의 작품과, 취미로 그린 수채화와 유화, 한국화, 조각, 서각, 도자기, 시화 등 참으로 다양한 작품을 모아 대학교 전시실을 빌려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시집과 수필집, 연극 대본도 수두룩....... 공붓벌레들이 언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는지 놀라울 뿐이다.
내겐 짝사랑이 늦게 찾아왔다.
대학교 1학년. 같은 과 친구가 눈에 뜨였는데 엄마의 반대로 짝사랑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짝사랑으로 몸살을 앓던 곳에서 고등학교 문화 동창회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 장소는 생경한 이름. 뭔 교육관이라는데 듣도 보도 못한 곳이니 쉽게 찾을 수가 없어 머뭇거리는데, 남편의 한 마디 "아니, 모교인데도 건물 하나를 못 찾아..." 이때부터다.
20대 초반에 머물던 시간이 확 깨는 순간, 그리고 현타의 시작.
전시회 open은 내일 이지만, 결국 전시할 염색 커튼과 티셔츠 그림만 전시실에 남겨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묵이 흐르는 차창 밖은 황금물결, 어느새 은행 잎이 조금씩 물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