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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엔 젊은 부부가 두 가구나 있다. 두 가구 모두 30대 후반, 나이대도 비슷하고 이사 온 시기도 비슷하다.
앞 집 부부는 가축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 남편은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아내는 수의사라고 한다. 이사 왔다고 인사를 온 지 일 년 만에 두 사람은 부모가 되었다. 동네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니 산골짜기에 축제가 벌어졌다. 아기의 백일엔 앞집, 뒷집 모두 아기의 백일을 축하해 주러 갔었다. 넓은 대지에 현대식 건물을 리모델링 한 집은, 도시의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센스 있는 집이었다.
직접 내려준 카페라테와 달달한 케이크의 맛은 아기와 아기엄마를 만날 때의 꼭 우리 모습 같다. 아기에겐 할머니 같고, 아기엄마에게 친정엄마 같다며 다가오는 젊은 부부가 사랑스러울 뿐이다.
어느 여름날 아기를 데리고 놀러 왔을 때, 오이며 가지, 풋고추 등을 뜯어주었는데 배보다 더 큰 배꼽. 견과류 선물세트를 들고 왔었다. 아들 같고 며느리 같고, 내 손주 생각이 나서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다. 뭐든 챙겨주고 싶은 부부다.
문 0 씨 부부는 윗집 언니 집에서 만났다. 배추와 갓, 눈개승마 나물을 뜯으러 갈 때면 늘 먼저 와 있는 젊은 부부다. 나눔을 좋아하는 언니 집에서 자주 만나다 보니 이웃이 된 케이스. 아들 또래인 데다 꽃 가꾸기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목공예를 전공한 문 0 씨여서, 모자지간만큼의 나이차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늘 대화가 풍부하다. 뮤지컬 '빨래'를 보게 해 준 부부가 또 고마워, 무릎덮개와 머플러를 떠 주기도 했었다.
지난가을에는 문 0 씨가 전문가의 솜씨로 나무사슴을 만들어 주었다. 우린 가끔 생강차와 커피를 함께한다. 서로를 고마워하는 사이다. 꽃씨를 나누고, 특식을 해서 몇 번 나눔을 했을 뿐인데, 고맙다며 부부가 우리 집엘 찾아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갓 구운 마늘빵과 양송이 수프를 내미는 게 아닌가?
시골에 산다고 다 시골인심이 나는 건 아니다.
젊은 부부 역시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도시에 살다가 귀촌했으니 도시사람들이다. 삶의 방식도, 쌓인 경험도 다 다름에도 젊은 부부들은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 예의와 정을 아는 젊은이들이어서 귀하고 또 기특하다. 젊은 부부가 이웃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든든하고 고마운데, 소통하고 함께하니 행복할 따름이다.
젊은 부부도 있고, 정이랑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움이 있는 곳. 우리 동네가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