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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놀고있네

요술공주 셀리 2023. 12. 30. 15:11

낄낄낄, 깔깔깔, 껄껄껄, 끌끌끌......
60대 아내와 70대 남편이 눈 밭에서 놀고 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히히히, 흐흐흐 놀고 있다. 눈이 녹아 모자에선 눈물이 뚝뚝, 포근한 날씨지만 밖에서 한참 눈덩이를 굴리다 보니 콧물이 뚝뚝. 멀리서 보면 마냥 어린애들 같다.
 

 
 
아침 10시경부터 야금야금 내리던 눈은 빗자루로 눈을 쓸고 돌아서면 다시 또 쌓이곤 한다. 1시간이 멀다 하고 눈을 치우던 남편이 "에잇" 빗자루를 내 던져버리더니 눈덩이를 굴리고 있다. 적당히 수분을 머금은 눈은 금방 불어나 커다란 공처럼 부풀려진다. "에랏, 나도 그럼" 남편을 따라 나도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받침은 크게 얼굴은 작게 만들어 두 개를 붙이고, 나뭇가지를 툭 꺾어 눈썹을 붙인다. 늘상하는 눈사람을 재미있게 하고 싶어 오늘은 글로벌하게, 갈색눈동자를 붙여본다. 10원짜리 동전을 붙여보았다. ㅇㅋ, 눈덩이로 콧등을 높여주었으나 멀리서 보니 있는둥 마는둥, 표시가 나지 않는다. 결국은 코 역시 나뭇가지로 세워주고 완성을 했다. 퍼머넌트 머리카락으르 표현했으나 계속 내리는 눈이 덮어 직모가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잣나무 가지를 꺽어 얹어 주었다. 입술은 곱디고운 주황색 치자향을 발라주었으나 에휴, 서양 아주머니는 금세 한국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계속 쌓인 눈이 덮어 벌어진 일이다.
 

 

 

낄낄낄, 남편은 크기로 압도하려는 의도다. 온 마당을 엎드려 굴린 눈덩이를 탁! 마당 위에 올려놨으나, "아이고 힘들어" 하더니 얼굴은 애게, 자그마하게 만든다. 창고에서 땔감용으로 자른 나뭇가지로 손을 푹 꽂아주고, 눈과 코, 입을 붙이니 눈사람 부부가 태어났다. 만세! 시크한 아내, 인상 좋은 남편이다.
 



"후후, 하하, 놀고들 있네" 눈사람 부부가 우리 보고 한 말이다.
 



눈이 쌓여 빙판이 되니 한숨이 한가득인데,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 난 우리에겐 모자며, 장갑, 푹 젖은 점퍼까지 빨랫감만 한가득이다. 내일 성당에 가는 길이 한숨 덩어리다. 큰 일이다. 이제 그만 내리면 좋으련만. 하루 종일 내리고 있는 눈은, 여전히 그칠 마음이 없는 듯. 그러거나 말거나,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그냥 이렇게 눈이랑 놀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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