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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에 깼다. 5시간의 수면, 오늘 괜찮을까?
밤새 비가 내렸으니, 눈사람이 남아나지 않았을게다. 블라인드를 걷어 확인했더니, 그러면 그렇지. 남편의 눈사람이 두 동강이가 났다. 옆의 내 것은? 푸하하하...... 밤새 잘 주무셨나요? 다소곳이 인사를 한다. 머리카락 하나는 뽑혀 눈 위에 나뒹굴고, 주황 입술도 빠져서 달아났다. 누가 보면, 부부가 심한 몸싸움이라도 한 줄 알겠네.


어젠 하루종일 눈과 놀았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눈과의 싸움이다. 눈이 온 위에 밤새 비가 내렸다. 낮엔 녹아서 질척거렸지만, 오늘밤에 저들은 유리같은 빙판이 될 것이다. 남편이 단속을 하느라 오늘도 눈과 함께다. 그러다 오후 늦게서야, 넘어진 눈사람을 세워주고 녹아내린 눈사람을 고쳐주었다.

우앗 근데 이건 또 뭐지? 잠깐 사이에 관객이 생겼네. 다둥이 7남매가 순식간에 태어났네. 남편이 눈사람 군단을 만들어 벤치에 배열해 놓았다. 뭐야? 풍파에 시달린 부부가 심기일전했단 말이지? 급기야, 둘만의 사랑만이 답이란 걸 알고 다둥이가 생겼단 말이지? 그런데 그새 세월이 흘러 남편은 늙어서 볼이 쳐지고, 아내는 그 곱던 입술이 저리 변했단 말이지? ㅋㅋㅋ 말이 되는 스토리다.

엊저녁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꼬막을 삶아드렸다. 좋아라하시는 부보님 덕분에 귀한 설경 사진이 남게 되었다. 밥을 차려 드리고 나온 시간은 밤이 되기 직전. 어스름 저녁의 설경은 천국. 아스라한 흰색이 절정을 이룬 사진을 찍게 되었다. 1분이나 되었을까? 어슬렁 다가온 어둠이 밤을 불러온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