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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놀이'하자고 친구가 찾아오면 난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이었다. 엄마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장녀인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잔심부름을 곧잘 했다고 한다. 동생을 데리고 나가는 조건으로 놀이터에 나가도록 허락을 받곤 했는데, 내가 고무줄놀이를 할 땐 친구들이 동생을 봐주고 때때로 동생도 고무줄놀이에 가담했었다. 그런데,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은 고무줄만 만지작 거리며 우리 놀이를 방해하곤 했었다. 언니가 가는 곳마다 따라나서는 동생이 그땐 왜 그렇게 미웠었는지......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 때부터 인 것 같다. 동생을 친구 보다 더 가깝게 의지하게 되었다. 속엣말도 다 털어놓고, 작은 일도 상의를 했었다. 그럴 때마다 동생은 끝까지 귀담아 들어주었다. 속 깊고 마음 넓은 동생은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언니인 나를 토닥여주곤 했다. 그렇게 동생은 어느새 인생의 동반자로 '의미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동생이 남편의 해외 근무로 자주 한국을 떠나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전화로 소통하지만,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늘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그러니, 동생이 중국에서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뛸 듯이 기뻤다. 그런데, 그놈의 쥐 때문에 자주 못 만나고, 동생은 일만 하고 갔다. 얼마나 일을 많이 했으면 식사 때마다 "언니, 손이 떨려서 젓가락질을 못하겠어" 하더니, 결국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언니, 남편이 응급실에 갔어."
오한이 나고 열이 심해서 병원에 갔는데 격리병동에 배치하더라고 했다. 코로나 검사와 피검사 등을 실시했는데 검사 결과는 '폐렴'이란다. 주말에 출국하기로 했는데 2주 뒤에 경과를 봐야 해서 남아 있어야 한다는데, 동생의 목소리에도 피곤이 묻어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제부가 큰 병이 아니길 하늘님께 기도하던 어젯밤보다야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지만, 비에 젖은 땅만큼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제부의 입원에 이어, 동생도 아플까 봐 많이 걱정된다. 제부가 퇴원하면 여기 내려와서 쉬면 좋으련만, 내가 맛있는 거 더 많이 해줄 수 있는데......
일 하느라 그 좋아하는 강도 바라볼 시간이 없었다고 했으니, 강도 보고 파릇파릇 나오는 새싹도 보면 좋으련만......
아마, 강원도가 질려서 안 내려오지 싶다. 쥐 때문에 고생한 게 엊그제이고, 결국 쥐 때문에 탈이 나 입원까지 했으니, 여기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게다. 그도 그런데다, 중국에 가 있는 동안 관리하지 못한 일들이 태산같이 쌓였으니, 동생네는 또 일거리를 보고 가만있지 못할 게 뻔한 수순이다.
그러니 동생이 또 보고 싶지만, 한국에 2주 더 머문다 해도, 내가 참아야 한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질척이고 있다. 회색빛 하늘도 마음을 닫고 몸져누워버렸다. 오늘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힘든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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