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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기쁨은 덤

요술공주 셀리 2024. 2. 28. 21:56

"언니, 지금 출발했어."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이웃에 놀러 갔다가 막 집에 돌아왔을 때다.
제부는 퇴원을 했지만, 정기검진하러 병원에 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내려온다고 할까?
암튼, 문자 하나가 나를 또 기쁘게 한다.

"어머나, 꽃이 폈네요"
놀러 간 이웃의 화단엔 이미 봄이 와 있었다. '튤립' 새순과 '수선화' 새싹이 뾰족뾰족 나와있고, 보라색 팬지가 활짝 펴있었다. '큰 꿩의비름'의 싹은 꼭 연두색 장미꽃처럼 생겼다. 겨울을 이겨낸 용사들인데도, 올망졸망 아기 얼굴을 하고 있어 사랑스럽고 더 예뻐 보였다.
맛있는 청국장을 나누러 갔다가 꽃을 보다니 웬 횡재란 말인가?

집에 돌아온 시각, 오후 4시. 동생이 오면 왕수다를 펼쳐야 하니, 우선 묵주기도부터 해야겠다. 마음이 바쁘다. 2주 만에 오는 동생을 위해 저녁을 준비한다. 동생이 좋아하는 청국장과 오이지무침을 해서 식탁에 올려놓는다. 동생 볼 생각에 배시시 웃음부터 흘린다. 제부가 좋아하는 꽃게장은 예쁜 그릇에 담아야지 하고 있을 때, 동생부부가 왔다. 2주 만인데 또 이렇게 반갑다니...... 우린, 공항에서 만난 이산가족처럼 푸짐하게 세리머니를 하고 맛있는 식사와 차를 함께 했다.

주말엔 가족 모임이 있다. 이번 엔 내 생일이다.
엊그제 만난 아들과 손주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기 힘들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침대 정리를 했다. 음식은 또 뭘해야지 하면서 손가락에서 눈이 멈춘다. 10개월 만에 찾은 묵주반지가 손가락에서 반짝! 반짝! 섬광처럼 빛이 난다. 좋은 징조다. 그래서일까? 
아침부터 설렌 하루.
꽃도 보고 님도 보고. 봄도 찾아오고, 동생도 내려오고. 이웃과 정담을 나누고 동생과 왕수다를 펼친 날. 횡재한 날이다. 동생은 주말에 중국에 갔다가 4월에 또 온다고 한다. 
동생과 4월에 심을 꽃과 나무이야기로 우린, 밤이 깊은 줄도 모른다. 오늘은 기쁨도 덤으로 찾아온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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