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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며느리, 손자는 5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다. 휴게소에 들러 애기가 우유를 먹고 쉬엄쉬엄 오다가, 마트를 들르고 미리 주문한 케이크를 찾아오느라 강원도 오는 길이 길었다고 한다. 무사히 도착했으니 다행이다.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짧은 거리도 바람이 제법 매섭다. 하필 애들 오는 날, 날씨가 추워졌다. 얄미운 날씨 같으니라구......
"이게, 누구여." 엄마는 증손주가 누구의 소속인줄도 모르고 그냥 예쁘다하시고, 아버지는 설에 다녀간 손주에게 "많이 컸네." 하신다. 증손주에 고정된 얼굴엔 자동 미소. 두 분의 함박웃음을 바라보기가 나도 벅차다.
강원도에 오면서 회를 뜨려고 했는데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집 근처에서 회를 떠 왔다고 한다. 생선회는 우리 가족의 최애 음식이니 횟집 오픈 시간을 기다렸다가 겨우 포장을 해왔다고...... 그러느라 길에서 보낸 시간도 길었다고 한다. 코 끝이 찡해온다.
어쩌다, 챙겨주는 사람에서 챙김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는지, 축하를 받는 일도 나쁘지 않다. 엄마 생일을 챙기느라 수고했을 자식들이 고맙고, 기쁜 일이 될 줄이야.
조용하던 강원도가 북적북적. 깔끔하던 집안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아들네 집을 통째로 옮긴 듯, 애기의 의식주가 다 따라왔다. 좁은 집안이 생기발랄해진 건 다 우리 다민이 때문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든 물건을 만지고, 휙 던져버리고 좋아라 한다. 장난기 많은 건 제 아빠를 똑 닮았다. "까까 먹을까?" 물으면 "응" 대답하는 손주를 나는 천재라 하고, 남편 눈엔 그저 꿀이 뚝뚝. 두 노인네는 한 살배기 손자 앞에서 팔불출이 되었다.
거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벌어진 생일잔치. 두 아들의 생일 선물 증정식에 이어 '생일축하합니다' 세리머니에 작년에 없던 손주 한 명이 더 참석했다. 눈이 동그래져 생일 촛불에 관심을 보이는 손주가 내년엔 자기가 촛불을 끈다고 하겠지? 란 생각으로, 기쁨이 배가된다.
오늘도 과식을 했다. 과한 사랑에 잠도 오지 않는다. 다민이도 할머니의 사랑을 알아챘는지 새벽이 되도록 흥이 넘친다. 책과 자동차, 할머니의 재롱? 에 소리를 지르고 엉덩춤을 추고, 제 엄마의 눈은 졸음 가득한데, 다민이는 잘 생각이 없다. 새벽 2시, 손주랑 둘이 거실에 있다. 새벽이면 어떠랴. 잠 좀 덜자면 어떠랴. 사랑도 가득, 기쁨도 가득, 손주랑 함께하는 이런 즐거움이 나는 처음이다. 첫 손주와 함께한 내 생일을 기쁨으로 안아준다. 새벽달이 기울 때서야 내 손주도 잠이 들었다. 다민 할머니의 생일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