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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일찍 발견할걸. 다 늦은 저녁에 백합을 발견했으니, 향기에 끌려 따라갔다가 비를 쫄딱 맞았다.
부모님께 저녁을 배달하고 돌아오는데 짙은 향기기 코끝을 간질인다. 아니, 네가 언제?
"자기야, 백합이 한 달째 저러고 있어." 봉오리만 맺혀 있는 백합을 날마다 바라보기가 뭣해 남편에게 흉을 봤던 게 어제다. 아침에 밖에 나간 남편이 "백합 폈네." 했을 때도 향기는 커녕 살짝 벌어진 꽃모양이어서 흘끗 보고 아는 체를 하지 않았었다. 그랬던 백합이 다 저녁에, 그것도 비가 오는 해 질 녘에 꽃을 피운 것이다. 짙은 향수를 날려가며......



여름꽃이 피기 시작한 정원에 덩달아 따라 나온 녀석. 코스모스.

옆집 은0씨가 씨를 주어 뿌렸던 '종이꽃'은 내가 직접 씨를 받아 뿌린 종이꽃과 모양이 조금 다르다.


작년에 핀 곳에 저절로 나온 족두리꽃은 어쩌다 난쟁이가 되었는지, 저 작은 체구로 꽃을 피운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것도 자갈밭 위에 둥지를 틀다니......

우리 집 여름꽃의 대명사. 이른바, 섬색시꽃이다. 일명 웨딩찔레라고도 하는데 이 녀석은 가을까지 피고 지고 해서 애정하는 꽃이다.

10여 그루 심은 접시꽃은 딱 두 그루만 폈다. 그것도 정열의 붉은색으로......

이파리가 톱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톱풀 또한 흰색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중. 언제 보아도 예쁜 꽃이다.

무성하게 자란 황매화 숲에서 겨우겨우 핀 나리꽃. 그래서 힘들게 늦게 나온 나리꽃이다.

동쪽 데크를 장악한 우단동자가, 미운오리새끼처럼 혼자 뚝 떨어져 서쪽 데크 앞에 달랑 혼자 피었다. 그나마 그네와 친구하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쏟아지는 빗물에 흠뻑 젖은 초록. 흐드러진 초록비 사이로 원평국화가 하얗게 나부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