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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계획에 없던 일

요술공주 셀리 2024. 7. 8. 16:56

오늘은 성당 반모임이 있는 날이다. 오후에 외출해야 하니 웬만한 일은 오전에 미리미리 챙겨놓았다. 성당 주보 초안을 작성해서 신부님께 보내고, 점심도 좀 일찍 먹었다.

2시, 유따집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8명. 한 달 만에 모였어도 우린 엊그제 만난 사람들 같다. 반갑고 또 반갑다. 이웃을 위해, 모두를 위해,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 그래서 회를 거듭할수록 반모임 사람들이 가족 같아진다.
떡과 과일, 대추차까지 나누고 집을 나서는데 헤레나 언니가 마늘을 발견했다.
"유따, 저 마늘로 마늘장아찌 담을 수 있을까요?" 물었고, 언니는 즉석에서 2접의 마늘을 구입했다.
"마늘, 더 있으면 저도....." 얼떨결에 나도 토종마늘 2접을 구매했다. 계획에 없던 일이다.



시골에 와서야 알았다. 가을에 김장할 마늘을 여름에 미리 사놓는다는 것을. 작년엔 5일장에서 마늘을 샀다. 올핸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받았는데, 살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랬는데, 오늘 귀한 토종마늘을 직구매했으니, 대박 횡재를 한 것이다.

마늘은 윗집 언니 차에 실었다. 차에 실은 마늘 때문에 언니집까지 왔는데,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옥이네를 언니집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 길로 발목이 잡혔다. 자연스럽게 식탁에 모여 앉은 우린 유따네 떡을 나눠 먹었는데, 그 길로 와인 모임으로 발전을 한 것이다.

"오늘 저녁엔 버섯전골을 먹고, 내일은 감자 넣고 닭볶음탕을 해먹자꾸나." 아침에 아들과 나눈 말은 전화로 수정을 했다. "엄마, 저녁 여기서 먹고 갈게."로.
예정에 없던 와인 모임은 어울렁 더울렁 하다가 저녁 모임이 되었다. 오후 2시에 만난 반모임에서 떡과 과일을 먹고, 마늘을 사고, 그 마늘 때문에 와인을 마시고, 와인 모임이 저녁식사까지 이어지는 경우. 이 또한 처음 있는 일이지 싶다.

아무려면 어떠랴.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뭐, 예정에 있던 거였나?
또닥또닥 내리던 비는 신기하게도 우리가 이동할 때마다 '우선멈춤'을 해주었다. 이도 계획에 없던 일, 인생이 오늘 같을 때도 있는 법. 거나하게 취해서일까? 달달한 기쁨이 넘쳐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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