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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가을이다. 색동옷 입은 산 풍경이 그렇고,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가 그렇다. 강원도의 가을은 일교차가 커서, 밤엔 난로를 지피고 낮엔 햇볕을 지핀다. 광합성을 하려고 배추 이파리가 해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는데, 차곡차곡 속을 채워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무도 키를 키우고 있어 10월 말 김장 계획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여름 내내 열매를 제공한 토마토와 가지, 호박과 고추를 죄 뽑아주었다. 밭은 다시 빈 들판. 너른 밭 가장자리엔 김장 배추와 무, 갓과 당근이 자라고 있어 그나마 썰렁함을 메꾸고 있는데 이도 다음 주면 모두 뽑아질 예정이다. 이렇게 김장을 하고 나면 강원도는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김장을 늦추면 겨울도 늦춰질런지......
찐빵축제에서 사 온 표고버섯을 햇볕에 널어놓았다. 농사지은 대추와 구기자도 나란히 펼쳐놓았으나 양이 너무 작다. 건조하면 한주먹도 안될 것 같은 양이, 마치 한 뼘 작아진 가을 볕 같다.

직접 키운 키 작은 수세미와 옥이가 준 키 큰 수세미를 적당히 잘라주니 제법 양이 많다. 이를 끓는 물에 삶아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후, 말려주면 주방에서 사용하는 천연 수세미가 된다.

며느리와 애들 막내고모가 최애 하는 천연 수세미가 완성되었다. 햇볕과 바람에 말려주면 속살 새하얀 수세미가 될 것이다.

바사삭 마른빨래 위에 잠자리 한 마리 쉬어가더니, 잠자리는 어느새 그네를 타고 있다. 한쌍으로 다니던 잠자리였는데 오늘은 왜 한 마리일까? 가을이 쓸쓸하고 외로운 이유가 이 잠자리 때문인 건가? 아니면 햇살 한 줌, 바람 한 자락이 아쉬운 이 계절 때문인 건가?
잠자리가 놓고 간 선물, 외로움이 그네를 타고 있다. 한 장의 낙엽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