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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도와줘."
남편의 sos로 '장작 쌓기'에 동참했다. 근데 이건 놀이가 아니라 노동이다. 아니, 힘을 써야 하는 중노동이다.
마른나무인 데다 통나무를 여러 번 잘랐으니, 한 손으로 거뜬히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작업 시작 5분 만에 알아차렸다. 허리를 굽혀 리어카에 싣는 일부터 버거웠다. 작업 하나는 할 만한데, 들었다 놨다, 굽혔다 폈다 등 같은 일을 수 십 번을 반복하니 팔이 저리고 허리도 뻐근하다. 손가락은 왜 또 아픈 건지, 평소 쓰지 않던 근육도 뻐근 뻐근. 게다가 이걸 또 창고에 쌓아야 하는데, 장작 1개를 올려주면 남편은 2층(장창고)에서 장작개비를 받아 쌓기를 무한 반복. 남편도 손목이 시큰거린다고 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작업인데도 반복의 무게가 이렇게 큰 줄은 해봐야 아는 것. 이런 작업을 어젠 남편 혼자 했으니, 정말로 힘들었겠구나 생각해 본다.

주택에 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실감, 또 실감하는 대목이다.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 모든 게 손품, 발품을 팔아야 해결이 되니, 귀촌했다가 3년 만에 다시 이사했다는 이웃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암튼 오전에 3루베, 오후에 2루베 작업을 해서 장작 쌓기는 마무리를 했다.
작년엔 10월부터 난로를 땠는데, 지구온난화로 확실히 올 겨울은 따뜻해진 것 같다. 해뜨기 전 오전엔 보일러를 한 번 돌리고, 해 지고난 저녁에 장작 2~3개로 난로를 지피면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기름값도 오르고 있고, 나무값도 이미 뛰었으니, 주택의 난방비는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다. 게다가 여긴 강원도에서도 제일 춥다는 분지라던데,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하필 찾아온 곳이 얼음골이라니......
강원도라서 여름은 시원하고 추운 겨울이 견딜만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지구온난화는 걱정이다. 아니,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지켜내야 한다면 거시적으로 좀 추운 것이 낫다.
그러자. 실내에서도 내복을 입고, 스웨터도 껴입고, 목도리도 하면 된다. 배우 고현정은 동안 피부를 위해 보일러도 안 켜고 산다면서? 엊그제 tv에 출연한 50대인 고현정은 여전히 30대 얼굴이더만. 8 자 주름에 처진 눈과 늘어진 턱선 때문에 언제부턴가 동창회도 안 나가고 있는데, 이 참에 애국도 하고 나이야 가라도 실천해 볼까 보다. 비싼 장작 쌓느라 손목도 시큰, 허리도 뻐근, 근육도 저릿한데 아끼고 줄여서 적어도 2년은 때야 하지 않겠나? 지구도 살리고 젊음도 살리는, 정말로 남는 장사를 해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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