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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급체

요술공주 셀리 2025. 2. 6. 11:49

앉았다 일어나면 핑그르르 어지럽고, 가슴은 콩닥콩닥, 머리는 지끈지끈, 혈압은 오르고 미열도 있는 것 같다. 힘들다. 그러나 이젠 왜 그런지 안다. 급체다.
점심에 먹은 라면 때문일까? 샤워하고 방심했더니 배가 차가워졌다. 그 때문일까?
암튼, 이럴 땐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배를 따뜻하게 하고 막힌 혈을 뚫어줘야 한다. 누워서 명치 아래 막힌 근육을 한참 풀어주니 커~억 트림이 나온다. 소화가 된다는 신호다. 팔다리도 주무르고 배도 쓸어주고 발도 따뜻하게 해 주니 그제야 편안해졌다. 상황 종료다. 눈은 밤 아프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푹 자고, 잘 일어났다.

띵동 띵동, 한파주의보를 알리는 카톡이 계속 날아온다. 난로에 장작부터 넣고, 가습기를 작동한다. 누룽지를 푹 끓여서 뒤집어진 속을 달래고, 커피를 내려 햇볕 가득한 우리 집의 명당 일명 카페라 칭하는 곳에 가 앉는다. 앞산의 설경이 눈에 한가득, 강원도 산골짝의 자연을 즐긴다. 그래, 이래야 하는 거다.



다 내 탓이다. 급한 성격, 뭘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리고 직진하는 성격.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수를 놓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잘못 관리한 내 탓이니 이제라도 조심하고, 이제부터 일과 휴식을 적절히 배분하기로 한다. 제발 그리하기를......

어제에 이어 다시 바늘을 잡는다. 그림이 많아 수를 놓아야 할 작업량도 많지만 천천히, 천천히. 쉬엄쉬엄 하기로 한다. 여유를 가지고 바라보니 보완할 곳도 보인다. 그림보다 수를 더 늘려야겠고, 녹색의 줄기도 더 늘려야겠다.




주황색꽃 세 송이를 완성하니 그새 12시다. 오늘의 메뉴는 소화 잘 되는 묵밥이다. 옥이가 직접 쑤어준 묵을 썰고, 멸치육수를 끓이고 신김치를 썰어 김가루를 고명으로 얹어 뚝딱 묵밥을 만든다. 번거로운 계란 지단과 '파송송'은 패스. 쉽고 빠르게 만든 따끈한 묵밥을 먹었다.



저녁이 되니 우 씨~, 일기예보대로 싸락눈이 내린다. 제발 하늘이 멀쩡하기를 바란다. 하늘이 또 급체하면 저 새하얀 눈을 토해 넬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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